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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멋쟁이 한제 Dec 17. 2022

소설, <역린>

알면 알 수록 궁금한 사람, 이산.

 도서관에 갔다가 소설 역린 상하 두 권이 나를 부르는 느낌에 들고 있던 신간 도서를 내려놓고 빌려왔다. 역린은 현빈이 정조로 나오는 영화인 것은 알고 있었지만 보지는 않았고, 이게 소설이 원작인 줄은 몰랐다. 정조의 암살조가 침전까지 들어왔다던 그 사건으로 알고 있었는데 책은 영조 임금부터 시작한다.


 백성을 위했던 군주임에는 맞지만, 가정사로는 이렇게 괴팍할 수 있을까 싶은 임금이 바로 영조 임금이다. 아버지의 역할로만 본다면, 요새 같으면 오은영 박사님을 만나봐야 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자식의 기질과 성향을 인정하고 존중해아 한다는 일침을 받, 약속을 지키고 일관된 행동으로 아이와 신뢰를 쌓아햐 한다는 솔루션을 받지 않을까.  또 한 마디가 음성지원처럼 들린다, 아버님, 아이에게 고기를 충분히 먹이셔야 합니다! (영조는 소식을 했고 고기를 멀리 했으며 몸이 불어나는 것을 스스로 경계한 것도 모자라 남 한 테까지 잔소리를 했다고 한다. 아들에게도, 그게 아마 장수의 비결이었을 것) 소설에서는 1권에 영조와 사도세자의 갈등이 고조되는 사건들을 그린다. 아직 강성하고 정도를 걸어 백성에게 칭송받는 세자, 그런 아들을 경계하고 질투하는 아비, 왕자리를 물려준다 해놓고 뒤에서 결재는 본인이 직접 하시니 이랬다 저랬다 하는 괴팍한 사람. 이건 가족 관계, 직장 생활, 친구관계에서도 최악의 경우 아니던가.


여하튼, 현빈이 정조로 나오는 영화의 포스터만 봐서 1권의 영조와 사도세자 이야기가 나올 줄 몰랐는데, 암살조가 들이닥치던 그 밤의 프리퀄 형식이라 본 이야기의 이해를 더 돕는 듯했다. 영정조 시대는 흔히들 조선 후기의 마지막 태평성대, 애민의 마음을 가진 군주의 집권으로 백성들이 그나마 먹고 살기 괜찮았던 시대라고 배웠는데도 소설에는 굶어 죽는 아이들, 노비로 사고 팔려가는 사람들, 칼에 맞아 비명횡사해도 아무도 찾지도, 거두지도 않는 천민들의 이야기가 숱하게 나온다. 사람으로 태어나면, 당연하게 먹여지고 길러지고 사랑받고 안온하게 자라야 하는 것이 당연하게 된 것은 정말 얼마 되지 않은 일인가 보다. 어쩌면 지금도 당연하지 않은 일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소설로 쓰이며 작가의 상상이 더해진 이야기라고 하지만, 굶어 죽는 아이들을 잡아다가 들개에게 잡아 먹혀 죽지 않는 않는 강한 놈들만 추려서 사람 죽이는 살수로 키웠다는 이야기가 마음이 아팠다.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똑같을 테니 부모도, 돌봐주는 이도 하나 없는 아이들은 그렇게 사람을 죽이는 살 청부 업자로 자라 왕의 목숨까지 노린다. 그런데도 그 시절이 그나마 태평성대였다 하니, 전근대 사회의 인간사는 모습에서 인간다움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된다  



지구상에 사는 생명체중의 하나로 인간을 생각하면 어쩌면 그게 당연한 것인가, 다른 동물들과 마찬가지로 강한 자만 살고, 약하면 죽는, 그래서 죽음이 익숙하고, 죽음과 함께 사는 것이 사는 모습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갈지도 모르겠다. 오히려 지금이 과학의 발달로 인간만, 인간끼리만, 인간을 위해서 사는 비정상적인 세상이 되어버려 자연스럽지 않게 모두가 오래오래 잘 먹고 잘 사는 세상이 된 거라면, 나는 그런 행복과 안온함을 누릴 자격이 있는지 없는지, 인간 다움이 없는 시절의 이야기를 들여다보며 고민해 본 시간이었다.


정조는 어찌나 면면이 기구하고 멋지고, 잘났는데 밉지가 않은지 정조와 관련된 책, 소설, 드라마가 많고 많아도 소재는 무궁무진하게 계속 나오나 보다. 작년 이맘때에 옷소매 붉은 끝동이라는 드라마가 대 히트를 쳤는데, 나는 드라마는 유튜브 짤로 짧게 짧게 속행하여 보고 원작 소설로 읽었다. 그 이야기는 정조와 의빈 성씨의 사랑이야기가 주라서 정조의 암살 사건은 짧게 지나간다. 상하권 책 두 권 중에 네다섯 장 분량 정도 되려나, 역린을 읽고 나니 옷소매의 정조 암살 미수 사건은 어떻게 그려졌나 궁금하여 책을 다시 갖다가 띄엄띄엄 읽으며 뒤져서 찾아보았다. 같은 이름, 같은 사건이 등장한다. 정조 시대라는 큰 퍼즐 중에 옷소매 붉은 끝동은 의빈 성씨 부분에서 퍼즐 조각을 맞추는 느낌이라면 역린은 역모사건 부분에서 퍼즐을 맞추고 있다. 암살조가 쳐들어 온 그날 밤은 그 큰 퍼즐 중에 한 두 조각 정도를 공유하여 같이 맞물리는 느낌이다. 정조의 업적 부분의 조각들은 책 네 권에서 제대로 등장조차 하지 않으니 알면 알수록 궁금하며 멋있는 사람이다. 이산.


넷플릭스에 영화도 있던데 정순왕후 역할로 한지민 배우가 열연하였다니 그것 또한 궁금하다. 그 반짝이는 착한 눈망울의 한지민 얼굴이 정순왕후? 궁금하기 짝이 없다.  2014년에 개봉한 영화라니 꽤 되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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