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방학, 남고 남는 시간에 한 살 더 먹을 준비를 함께 했다. 바로 떡국에 들어갈 만두 빚기. 꼭 새해 첫날에 먹는 떡국이 아니더라도 떡국은 자주 먹는 음식 중에 하나이고 만두도 그러하다. 사서도 자주 먹지만 집에서 손만두를 자주 빚기도 한다. 사 먹는 만두, 만들어 먹는 만두, 모두 맛있다. 아이들이 만들기도, 먹기도 좋아하니 자주 빚는 편. 요즘처럼 방학이라 시간이 많을 때에는 단골 메뉴로 등장한다. 만두를 만들며 요리 활동도 하고, 한 끼 든든하고 맛있게 때우고, 또 남은 건 냉동실에 넣었다가 다음에 먹고 싶을 때 꺼내서 구워 먹는다. 아이들도 이젠 익숙하고 능숙하게 만두 빚을 폼을 잡는다.
그래도 이번 만두는 조금 특별함을 심어 두었다. 새해 첫날 너희들이 여덟 살, 여섯 살이 되는 떡국에 들어갈 만두이니 더 정성을 다하자고 말이다. 떡국을 먹어야 한 살 더 먹는 것이니 정성을 다하지 않아서 한 살 더 못 먹으면 어쩌냐고 호들갑도 떨었다. 이 엄마는 한 살 더 못 먹을 수만 뭐든지 할 테지만, 너희는 그 반대지 않느냐. 빨리 한 살을 더 먹고 형아가 되고 싶은 아이들.
<나이>라는 목적어에 왜 <먹다>라는 술어를 쓰는지 생각해 보았다. 외국어에서는 나이와 먹다를 호응해서 쓰지 않는 것 같은데 왜 유독 우리는 나이를 먹는다고 할까. 하도 먹을 것이 없어서 나이라도 먹어보려 한 가난의 산물인가. 그렇다면 너무 마음이 아픈데.
강시 모자 만두
잘 먹으면 키도 크고, 살도 찐다. 즉 , 성장한다. 그리고 배고프다가 뭔가를 먹고 배가 불러지면 기분이 좋아져 예민하게 솟아있던 마음도 조금 누그러지고, 뻗칠 대로 뻗어있던 화도 사르르 녹는다. 배부름은 분명 마음이 너그러워지는 효과가 있다. 좋게, 제대로 먹으면 피부도 고와지고 윤기가 나지만, 마구 먹고, 내키는 대로 먹고, 잘 못 먹으면 그 반대가 된다. 비만해지고, 성향도 날카로워지며 피부도 상하는, 정말 나는 내가 먹는 것으로 이루어진다. 바로 You are what you eat. 나이와 먹다의 호응 관계가 여기에서 나오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나이를 잘 먹어야 하기에, 나를 성장시키고, 기분 좋아지고, 너그러워지고, 비록 피부의 윤기는 사라질지언정, 새로 생긴 주름은 우아하게, 아름답도록 말이다. 그렇게 나이 좀 잘 먹으라는 뜻으로 나이를 먹다는 말이 생겨난 건 아닐까. 의외로 나이를 잘 못 먹는 사람이 너무 많으니 말이다. 음식도 그렇다. 요즘 음식들은 내가 아이를 키우며 입맛이 순해진 탓도 있겠지만 너무 지나치게 자극적이다. 경쟁하듯 더 매워지고, 달아지고, 크리미 해진다. 아무리 젊어도 그렇게 자극적인 음식은 건강에 좋지 않아 보인다. 음식을 잘 못 먹는 것 같다. 나도 음식도 나이도 잘 먹는 어른이 되도록 노력하는 중이다. 나이도 입맛과 같아서 한 번 잘못 들여지면 고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나이를 좋게 먹어야 하는 이유이다. 입맛은 바꾸기 쉽지 않으니.
만두피가 몇 장이 남아 치즈스틱을 만들었다. 요것도 별미.
아이들과 만두를 빚으며 한 살 더 먹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한 살 더 먹으면 큰 아이는 초등학생이 되고, 작은 아이도 유치원 막내를 벗어나 동생들이 생긴다. 형아는 숫자로 이루어진, 1반, 2반, 3반 중에 몇 반이 될까 설레어하고 동생은 말로 이루어진 샘물반, 나무반, 구름반 중에 어느 반이 될까 궁금해한다. 그리고 몇 살 먹어야 엄마처럼 예쁘게 강시 모자 같은 만두를 빚을 수 있을지도 이야기한다. 아이들의 만두는 아직 반달 모양, 엄마의 만두는 멋진 강시 모자이다. 만두를 빚으며 쪄서 갓 쪄낸 첫 판을 아이들이 모두 해치웠다. 먹는 양이 제법 많이 늘었다. 우리 아이들, 잘 먹었으면 좋겠다. 나이도, 음식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