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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멋쟁이 한제 Feb 26. 2023

다섯째 아이

이것은, 호러. 

다섯째 아이? 나에게 이것은 호러 장르이다. 다섯째? 셋째로 딸 하나 더 낳으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저는 열 낳아도 다 아들일 것 같아요,라고 대답하는 나로서는 아들이 다섯에 큰 아들 하나까지 더 있다 생각하면 그야말로 장르는 액션, 호러, 스릴러, 드라마, 신파를 넘나드는 그야말로 역작, 대작, 혹은 망작일 것이다. 


다섯째 아이,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어디에서 추천을 받은 책이 눈에 띄어 구매 한 책인데 누가, 어디에서 추천을 해 주었는지는 도통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망망대해와 같은 중고서점에서 제목이라도 아는 책을 만난 것은 그야말로 운명과도 같아서 그날로 우리 집에 온 책이다. 다섯째 아이. 내 평생에는 없을 예정이지만, 책으로 만났다. 다섯째 아이를. 


이 집 다섯째는 뭔가 특이하다. 특이한 걸 넘어서 괴물 같다고 나온다. 엄마 뱃속에서부터 엄마를 너무 힘들게 했고, 태어나자마자 덩치는 산만했으며 닥치는 대로 마구 먹어 치우고, 사람을 노려봐서 그를 보는 모든 이가 그를 무서워하고, 피하게 만든다. 고작 아기가 말이다. 이 별난 아기는 한 가정을 파괴하였다. 위로 넷 있던 멀쩡한 아이들은 하나 둘 부모와 멀어지거나 엇나가기 시작했고, 가족이 사는 저택에 수시로 가득 모여들던 친척들도 발길을 끊었다. 그 아기 때문에. 그 아기가 무서워서. 아기를 데리고 병원에도 가 봤지만 모든 의사들, 박사들은 그 아기가 조금 특이하긴 해도 정상이라 말한다. 그 아기 엄마 아빠는 환장할 지경, 그 아기는 짐승처럼 으르렁 거렸고, 손님들이 데리고 온 개와 고양이를 목 졸라 죽인 것 같았으며, 힘이 너무 세서 아무도 감당할 수 없었고 무언가를 가르치고 배우게 한다는 것이 불가능했다. 그런데 정상이라니. 부모는 원시 시대 인간의 짐승성이 어느 유전자에 남아있다가 이 아이에게 발현된 것이라고도 생각한다. 이 아이는 사람이 아니라 짐승이라고. 

옛날이라서 (196,70년대) 지금과 같은 정서 행동장애에 대한 연구가 발달하지 않아서 그랬을까, 그 시대에 오은영 박사님이 계셨더라면 명쾌한 해법을 주셨을까, 불쌍한 아이는 가정을 깨뜨리고 종국에는 방사되듯 세상으로 나간다. 어떻게 되었을까. 


그 다섯째 아이는 정말 아기가 아니라 부부의 욕심, 허황으로 인한 문제로 보이기도 했다. 부부는 능력도 없이 큰 집을 샀다. 오로지 아이를 많이 낳아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싶다는 생각 하나로. 그 계산 없는 결정에 부부의 부모가 도움을 주었다. 아이를 낳고, 낳고, 또 낳았다. 그러는 동안 육아와 집안일은 또 부부의 부모의 몫이 되었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부모의 손길을 충분히 받지 못하였다. 가장 불쌍한 아이는 넷째였다. 부모의 손길을 충분히 받지 못하고 별난 동생이 태어나는 바람에 아이가 가장 엇나가 버렸다. 


부활절 휴가, 여름휴가, 크리스마스 휴가, 일 년에도 여러 번씩 있는 장기 휴가동안 (부러웠다) 많은 친척 친지들이 그 집으로 모여드는데 그 역시 부부가 감당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부부의 아버지의, 어머니의 도움이 항상 있었다. 나는 그것이 허영으로 읽혔다. 그 큰 저택은 그 부부의 인스타그램으로 보였다. 우리 이렇게나 행복하게 살아요, 아이를 적게 낳는 세상에 우리는 아이를 이렇게 많이 낳고 행복해요. 언제나 행복한 우리 집에 놀러 오세요. 돈은 우리 아빠가, 살림은 우리 엄마가 해 주니까요. 이렇게 보이는 건 내가 너무 뾰족한 사람이어서 그랬을까. 다섯째 아이에 대한 정확한 진단명이 나오지 않는 것도 그랬다. 박사님들은 평균에서 조금 벗어났을 뿐 정상이라 말한다. 어쩌면 다섯째 아이는 단지 그 부부의 인스타용이 아니었을지 모른다. 정상이지만 예쁘지 않은, 초점이 조금 흔들린 사진. 


 내가 그 다섯째 아이를 직접 낳아 기른 부모가 아니니 그 환장하겠는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고 답답하기만 한 박사님들과 같은 소리만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이 가족, 부부부터 아이들, 부부의 부모들 까지 모두 심리치료가 필요해 보였다. 다섯 아이의 엄마인 해리엇의 고통이, 그 딸을 바라보는 해리엇 엄마인 도로시의 고통이 그대로 전해져 와 책을 술술 읽으며 동시에 힘들었다. 


문득 오은영 박사님의 리뷰가 궁금하다. 이 아이는 어떤 진단명이 있을까? 작가 그려낸 초현실과 같은 이런 가정에서 우린 무슨 문제를 읽어내야 할까. 나는 이 집의 문제의 근원을 허영으로 읽었는데, 다른 사람들은 어떨지, 명쾌한 해설이 궁금한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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