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멋쟁이 한제 Mar 28. 2023

오, 윌리엄

그리고 내 남편, 오 000

루시 바튼이라는 여자가 (아마도 60대 초반) 그녀의 전 남편 윌리엄에 대해서 쓰는 이야기이다. 연작 소설로 <내 이름은 루시 바튼> 이라는 책을 읽으면 이 소설 <오, 윌리엄>의 화자인 루시의 생애에 대해서 더 자세히 알 수 있다고 하여 그 책 역시 읽어보고 싶다. 이 여자가 말하는 두 번의 결혼생활을 읽으니 그녀의 살아온 길이 더욱 더 궁금해졌다. 


나는 올 해 마흔이고, 내 남편도 마흔이다. 우리는 2014년도에 결혼을 했다. 5년간의 연애 끝에. 남편과는 처음 만났을 때부터 편했다. 나의 망나니 혹은 망아지와 같았던 20대 중 후반을 함께 보낸 친구이자 연인이었다. 비슷한 점도 많고 다른 점도 많았지만 가장 중요한 점은 그와 있으면, 나는 가장 나 다운 모습일 수 있다는 것이었다. 남편의 어떤 면을 보고 결혼을 결심하진 않았다. 다만, 그는 나를 가장 나일 수 있게 해 주는 사람이었고, 그쪽 방면에서는 우리 엄마보다, 아빠보다, 현 남편, 구 남친인 그가 더 편했다. 그는 나에게 아무것도 바라지 않았다. 그냥 나 이면 족했다. 그렇다고 우리 엄마나 아빠가 나에게 뭔가를 바라고 원했던 분들은 아니었다. 다만, 그간 내가 받아온 사랑이 너무나 컸기 때문에 엄마에게는 말동무, 아빠에게는 귀여운 막내딸이 되고 싶은 내 마음속의 빚 같은 것이 있었는데 신랑에게는 그런 빚이 없었다. 그런 점이 나를 무척 편하게 만들었다. 그런 편안함 하나를 믿고 결혼을 결심했다. 그가 나에게 바란 것이 없는 것처럼, 나도 그에게 바라는 건 없었다. (그 당시에는, 그랬다. 지금은 바라는 게 무척 많은데 그는 너무나 한결같다.)


<오, 윌리엄> 이 소설에 나오는 남자는 결혼을 세 번을 했고, 불륜은 그 이상을 저지른다. 남자로서 어떤 남자인지, 남편으로서 어떤 남편인지, 비몽사몽하며 읽은 부분이 많아 완전히 파악하진 못하겠다. 이 남자의 첫번째 부인 루시는 그와 함께 살면 자신이 상자 안에서 날개를 접고 있는 새와 같아서 그를 떠난다. 물론 그 전에 남자가 불륜을 저지르기도 했지만, 더 큰 이유는 자기가 자기 일 수 없다는 점, 그 점이었을 것이다. 한때는 남편 윌리엄이 헨젤과 그레텔에 나오는 오빠 헨젤처럼 존경의 대상, 의지의 대상이었지만 나이가 들며 그 위엄이 연민이 되는 과정의 묘사도 굉장히 섬세하다.


 

그와 함께 살면 나 자신을 상자 안에서 날개를 접고 있는 새의 이미지로 상상하게 된다는 말도 했다. 윌리엄은 이해하지 못했지만 그를 탓하지 않는다. 그리고 윌리엄에게 전화를 걸어 집을 나왔다고 말했다. <오, 윌리엄>

 
나는 이 두 부분에서 나의 결혼을 떠올렸다. 내가 지금의 남편과 결혼한 이유, 내가 가장 나 일수 있게 해 주는 사람. 책에는 여러가지 일들이 나오지만, 나는 이 책을 나를 날개를 접고 있는 새로 느끼게 만드는 사람 = 첫 번째 남편,  그리고  나에게 위로가 되어 주는 사람 = 사별한 두 번째 남편의 이야기로 기억 할 것 같다. 그리고 내 남편, 나를 가장 나 이게 만들어 주는 능력이 이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그 사람을 떠올리게 하는 책으로 말이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에게 집이 되었다. 그리고 윌리엄과 결혼했을 때 내게 일어난 반응이 데이비드와는 전혀 일어나지 않았다. 내가 하려는 말은 데이비드의 몸이 늘 내게 엄청난 위로가 되어주었다는 말이다. 맙소사, 그 남자는 내게 위로의 존재였다. <오, 윌리엄>




 기억하고 싶은 문장들이 많은 책이다. 첫 장, 가장 강렬하게 나를 이끌었던 문장을 써 본다.


슬픔이란 정말로 – 오, 그건 정말로 고독한 일이다. 그것이 슬픔이 무서운 이유라고 나는 생각한다. 슬픔은 당신이 유리로 된 아주 높은 건물의 긴 외벽을 미끄러져 내려오는데 당신을 보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것과 같다. 


이 문장에 반해서, 나는 이 책을 끝까지 아주 빠르게 읽었다.


 <내 이름은 루시바턴> 이란 책도 곧 읽어봐야겠다. 퍼즐 조각이 맞추어지는, 장면이 바뀌고, 막이 바뀌며, 조명이 비추는 곳이 달라지는 한편의 연극을 보는 느낌이라 연작소설을 좋아하는데 <오, 윌리엄>에 이어서 읽으면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