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사나흘 정도 잔기침을 조금 하다가 기침이 깊어졌다. 목소리가 가라앉아서 아들들에게 너무 화를 냈나 반성을 하던 차였다. 머리가 조금 아프고 체기가 있었는데 너무 일상적인 일이라 그냥 이부프로펜 계열 진통제를 먹고 한숨 잤다. 그랬더니 괜찮았다.
아이들을 데리고 건강검진을 갔다. 올해 1학년인 큰아이는 학교에서 지정한 치과와 외과병원에 가서 건강검진을 받아야 하는데 다음 주까지라고 했다. 나는 6월 말까지라 생각하고 느긋하게 있었는데 갑자기 다음 주라고 하니 마음이 급해져 빨리 해치우고 싶었다. 애들을 데리고 병원 순회를 하고 집에 와서 파스타를 만들어 저녁을 먹였다.
그다음 날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밤새 열이 나서 몸살이 온 줄 알았다. 토요일 아침이라 부랴부랴 병원엘 갔다. 코로나라고는 생각도 못 하고 사람이 몰리기 전에 그냥 간 거다. 요즘 감기며 온갖 바이러스 때문에 소아과며 이비인후과, 내과 병원이 북적이는 걸 잘 알고 있기에, 또 약국에서 사다 먹는 약보다는 병원 약이 잘 듣겠지지 생각하며 일찍 나갔는데 이미 사람이 몇몇 있었다. 집집이 감기로 난리였다. 아는 집도 만났다. 나랑 증상이 똑같았고 아이도 아파서 같이 왔는데 이놈의 감기 지겨워 죽겠다며 차라라 코로나가 낫지 하는 농담을 주고받았다. (몹쓸 입)
한 번 걸린 감기는 다신 안 걸린다는데, 다시 말하면 걸릴 감기는 적당히 걸리고 살아야 하는 걸, 3년간 마스크 쓰고 안 걸린 감기를 한꺼번에 걸리려니 애들이 참 고생이다 생각이 들었다. 애들은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돌아가며 앓았다. 한꺼번에 두 명이 같은 고열에 인후통을 호소하지 않아서 독감 검사를 피해 갈 수 있었고 작년 코로나 감염 이력이 있으니 코로나 검사도 피할 수 있었다. 아이들은 잔잔한 감기를 끈질기게 달고 살다가 6월이 되며 조금씩 나아지는 형편이다. 아마 일교차도 줄고, 꽃가루도 줄어서 그럴 것이다.
신랑이 차려준 본죽 환자식
의사는 나의 이야기를 듣고 진찰을 한 뒤, 먼저 코로나 검사를 해 보고, 음성이면 독감 검사를 해 보고, 둘 다 아니면 엑스레이를 찍어보자 했다. 기침을 오래 한 것이 걸린다며. 코 쑤시는 검사를 오랜만에 하니 정말 눈물이 쏙 나게 아팠다. 당연히 음성일 거라 생각하고 독감 검사로 한 차례 더 코를 쑤실 각오를 하고 있었는데 양성판정을 받았다. 뭐야? 왜? 어디서 걸린 거야? 언제 부터지?
생각해 보면 전형적인 코로나 증상이었다. 기침을 했고, 목소리가 가라앉았고, 열이 났으니. 몇 달 동안 애들 감기치레를 하다 보니 증상에 너무 무뎠다. 또 감기가 왔구나, 이젠 내 차롄가보다, 몸살이 날 만도 하지 하던 게 코로나라니, 차라리 코로나가 낫다고 입을 놀려대던 나를 한 대 쥐어박고 싶었다. 이런.
코로나 2회 차는 첫 감염보다 훨씬 낫긴 하다. 40도 가까이 올랐던 열도 39도 선에서 마무리되었고 한참 가던 목아픔도 거의 가라앉았다. 언제 어디서 시작된 건질 모르겠다. 역학조사가 의미 없는 이유일 것이다. 잔기침이 시작되던 때부터 라고 하면 나랑 뽀뽀하고 안고 자던 아이들이 감염되지 않은 것이 기적인 것이고 열이 난 시점부터 봐도 특별히 밀접 접촉한 사람이 없는데 나만 걸린 것이 이상하다. 열나던 날 나랑 뽀뽀한 둘째, 내가 남긴 주스를 마신 신랑은 멀쩡한 걸 보면 개개인의 면역 관리가 정말 중요한 것 같다. 나 같은 사람이 얼마나 많을까? 거리 두기가 해제되고 감기가 일상이 되며 증상에 무뎌진 사람들, 조금 아파도 그냥 타이레놀 먹고 일상생활을 하는 사람들, 코로나는 그렇게 생활안에 같이 있는 모양이다. 무증상 확진자, 경증 확진자, 아니면고열에 인후통과 같은 전형적인 증상이어도 따로 검사 없이 감기처럼 하루이틀 꾹 참고 넘어가는 사람도 많을 것 같다. 나도 어제 병원에 안 갈려다가 그저 목감기는 병원에서 지어주는 전문의약품이 더 잘 들었던 기억에 병원을 찾은 거니 말이다.
시댁에서 온 구호물품
독감 걸리면 일주일 학교를 못 가는데 코로나는 등교 중지가 권고 사항이다. 물론 확진 동거가족에 대한 제한은 없어서 엄마가 코로나에 걸렸어도 아이가 음성이면 학교에 갈 수 있다. 실제로 아이 친구들 중에도 엄마가 코로나 걸려서 집에 있다고 하는 친구들이 자주 있었는데, 아구 저런, 하던 내가 바로 그 코로나 걸려서 집에 있는 엄마가 되었다. 다행히 주말 끼고 걸려서 다음 주 일상생활은 큰 무리가 없어 보인다. 증상도 지난번 보다 덜하고, 지난번엔 네 식구가 다 확진되는 바람에 내가 발을 동동 구르며 밥하고 치우고 열재고 약 먹이느라 제대로 쉬질 못 했는데 이번엔 주는 밥 받아먹고 누워서 뒹굴거리니 애 낳고 처음으로 이렇게 빈둥빈둥 누워 있어 본다. 신랑이 고생이지만.
코로나는 없어지지 않았다. 그렇다고 거리 두기를 계속하기에는 의미도 실효성도 없다. 내가 마스크 써도 남이 안 쓰면 소용이 없는, 마치 나만 잘한다고 되는 것이 아닌 도로주행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악천후처럼 뜻하지 않은 상황으로 나와 남이 모두 잘해도 어쩔 수 없이 사고가 나는 경우도 있듯 집에만 있지 않는 이상 코로나를 피할 수는 없는 모양이다. 각자 기저질환 생기지 않도록 평소에 건강 관리 잘하고, 잘 먹고 잘 자서 면역 키우고 손 잘 씻고, 그래도 아프면 잘 쉬어서 얼른 낫는 것. 그것 밖에는 답이 없어 보인다.
코로나 재감염, 남일인 줄 알았는데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약국에서 코로나 세 번째라고 호소하는 사람도 봤는데 그것도 남의 일이 아닐 수 있으니 언제나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