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여행.

첫날. 부산은 흐림.

by 멋쟁이 한제

장맛비를 뚫고 부산여행을 왔다. 여름휴가를 일찌감치 잡는다고 잡은 것이 극한 장마시즌이 되어버려 아쉽지만, 노는 건 실내에서 놀면 되고 비가 너무 많이 오면 숙소에서 쉬면 되지 하는 마음으로, 여행을 할 수 있는 것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짐을 싸고 출발했다.

장마전선은 중부전선에 집중되었는지 남부로 내려올수록 비는 잦아들었다. 어른들끼리 왔다면 휴게소 한 번만 들리고 올 수 있었을 텐데 아이들과 오니 수시로 방앗간 들리듯 쉬어오느라 시간이 꽤 걸렸지만, 이 역시 추억이리라.


부산에 들어서며 동래시장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간단한 요기를 하려 시장에 가서 국수를 시켰는데 잔치국수가 육수가 매콤하여 아이들이 못 먹는 불상사가 생겨버렸다. 주인아주머니도 괜히 신경 쓰셔서 죄송했다. 시장은 점포마다 메뉴가 달랐는데 옆 점포에서 파는 오징어무침이 먹고 싶어 주문해서 갖다 먹었다.



매콤 새콤한 무침맛을 생각했는데 오징어볶음과 무침 중간 맛이었다. 식초를 조금 더 넣고 싶은 듯한데 그러면 맛이 망가질 것 같았다. 경상도식 무침인가 보다. 밥반찬으로 먹으면 맛있겠다.


시장이다 보니 어르신들이 많아 우리 형제들이 가는 곳마다 눈길을 끈다.


쌍디가?

아이다. 쩌게 핸님, 쩌게 동시다.


하는 사투리가 정겹다.



국수를 제대로 못 먹은 아이들을 위해 시장 근처 빵집에 들렀는데 빵값이 우리 동네보다 훨씬 저렴하고 큼직하니 맛있어 보인다. 시식빵도 푸짐하게 차려져 있어 부산 인심이 좋아 보인다.

빵시식을 하며 두어 개 구매하고 팥빙수를 먹었는데 국산팥을 직접 조려서 만든 팥이라 그런지 팥 싫어하는 우리 아이들도 잘 먹었다.



숙소는 송정 해수욕장 앞이다. 망아지처럼 한 번 뛰어놀고는 옷을 갈아입혀 해운대 쪽으로 나갔다. 신랑은 먹고 싶은 것이 많고 많지만 소식하는 아내와 먹을 수 있는 것이 극도로 제한적인 아이들을 둔 관계로 돼지국밥을 먹을 수 있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횟집, 아귀찜, 곰장어, 맛집은 즐비하다. 아이들은 돼지국밥에 밥을 말아 몇 술 뜨더니 길거리 간식에 눈을 돌린다. 평소에는 엄마가 잘 사주지 않는 회오리감자며 탕후루, 장난감 가게 구경등, 아이들은 이런 데서 여행의 재미를 찾는다.


숙소에 돌아오는 아홉 시이다. 애들이 눈을 비비니 잘 준비를 해야 한다. 숙소 테라스로 보이는 해변의 밤문화 거리가 아늑하게 느껴진다. 나도 아홉 시면 초저녁으로 해변에서 새우깡에 술 먹던 시절이 있었는데 코앞에 보이는 해변이 그 시절만큼 멀게만 느껴진다.



내일 워터파크 일정이 있으니 아이들과 잠을 청할 시간. 자기 전 테라스로 나가 밤바다를 보여준다. 시원한 듯 후더운 바람에 공기 속에 물방울이 느껴지는 것 같다. 구름이 잔뜩 낀 것 같은데 내일 날씨가 부디 웬만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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