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 여행

둘째 날, 약한 비 그리고 워터파크

by 멋쟁이 한제


밤새 비는 강약중강약으로 오다가 오전이 되며 약한 비로 바뀌었다. 아침 일찍 일어난 신랑이 호텔 앞바다에서 일출을 보려 했지만 해돋이는 보지 못한 채 어스름히 밝아졌다고 흐린 하늘을 아쉬워한다. 나는 그저 폭우가 아닌 것에 감사할 뿐.


숙소 앞 송정 해수욕장. 일출 명소라는데 아쉽다. 장맛비.


조식을 간단히 먹었다. 한동안 커피를 끊었었는데 오늘 여행일정을 소화하려면 카페인이 꼭 필요할것같아 조식에서 제공하는 에스프레소를 우유에 타서 먹었다. 연했다. 그래서 네샷정도 먹은 것 같다. 이것또한 여행의 일탈로.


오늘의 일정은 부산에서 김해에 있는 워터파크에 다녀오는 것이다. 김해 롯데 워터파크의 파도풀은 세계3위, 국내 최대라하니 며칠전부터 기대만발인 아이들, 이 아닌 나이다. 애들은 아직 어른 야외파도풀보다는 실내파도풀, 유수풀이 알맞다.


부산에서 김해로 가는 길, 길이 낯선 신랑은 초행길에 빗길이라 긴장을 한다. 그럴 땐 내가 운전할까? 라고 한마디 하면 아니라고 화들짝 놀라며 긴장이 확 풀리면서 운전을 잘하게 되는 효과가 있다. 부산에서 김해가는 길. 오각형의 교차로도 있고 엄청 긴 터널도 있고 복잡하긴 복잡하다.


무려 금관가야 휴게소를 지나고, 신라 해장국집 옆에 장금이밥집을 지나 롯데 프리미엄 아울렛길을 가로지르는 어마어마한 길이다. 천년의 역사길. 우리는 그 길을 지난다.


워터파크는 오늘까지 로우시즌 할인기간이었다. 비가 와서 그런지 사람도 많지 않고 해도 안나서 물놀이 하기는 오히려 좋았다. 전국이 물난리로 난리법석이어도 나 좋은대로 생각 하는것이 이기적인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대형 워터파크는 집근처 캐리비안 베이만 가봤는데 이 곳은 모든곳이 다 더 크다. 가장 좋은건 실내 키즈풀이 더 따뜻하고 넓다는 것. 미온수여도 놀다보면 추워져서 수건을 뒤집어 쓰거나 사우나에 가야했는데 그럴 필요가 전혀 없을 만큼 따뜻한 물이었다.



아들 둘은 쉬지 않고 논다. 먹는 시간도 아까운지 입에 가득 쑤셔 넣고는 놀러가자하고 엄마 좀 쉬자는데도 유수풀로 데려가 가만히 앉아 둥둥 떠다니며 쉬라고 한다. 유수풀은 실내외를 이어주는데 밖에 나가 비오는 쌀랑한날에도 물속에 어깨까지 넣고 있으면 겉쌀속따 한 기분좋은 물놀이가 가능했다. 하루 종인 큰아이와 열바퀴는 돈것같다. 아빠가 데리고 같이 돌아준 것 까지 하면 열 다섯바퀴는 돌았을텐데 아이는 그래도 아쉬운 모양이다.


신랑은 그렇게 물놀이를 좋아하지 않는데 나는 애낳기전까지 물놀이를 무척 좋아했다. 아이에게 그 얘기를 해주며 네가 엄마 닮아 그런가보다 하니 빙그레 웃는다.



대망의 실외 파도풀은 나 혼자 나갔다. 신랑한테 애 둘 십분만 잘 보라하고 촐랑촐랑 뛰어나가 수심 1.8미터 깊은곳까지 헤엄쳐들어갔다. 3분에 한번씩 오는 파도를 세번 맞으니 뭍까지 떠밀려 오며 딱 십분이다.

즐거운 시간, 파도풀에서 놀아본 것이 거의 십년만이다. 그동안은 워터파크에서 한 명이 애 둘을 보는게 불가능했는데 이젠 잠깐 떨어져도 될 만큼 자랐나보다.


여섯시간 가까이 놀았는데 너무 아쉬워하는 아이들. 내일 또 오자는 말에 내일 말고 다음에라 말하는 나도 아쉽다.


애 낳고 나이 먹으며 물놀이가 싫어진 줄 알았는데 아닌가보다. 내 안에 꽁꽁 숨겨져 있던 물놀이 좋아하는 마음을 오랜만에 만나, 그게 가장 기뻤다. 마치 <나, 아직 살아있네!> 하는 것 같은 기분. 여행은 마치 냉동실에서 꺼내서 해동하여 말랑해진 찰떡처럼, 딱딱하게 굳어 숨겨져 있던 나를 다시 꺼내어 준다.


물에 둥둥 떠다닌게 몇시간이나 되는데 걸음도 만보나 걸었다. 더 나이들면 진짜 못 쫓아다니겠다 싶은데, 아마 그 때가 되면 아이들도 내 손을 놓고 친구와 다니겠지 생각하니 오늘 하루가 더 소중하다.


최고로 재밌었다 하는 아이들.

엄빠는 힘들었다. 쫓아다니다 쫓아다니다 나중엔 라이프가드가 구해주지 않을까 하며 주저 앉아버렸다.


그래도, 니가 좋으면 나도 좋아.


사실은 엄마가 제일 신났던 여행 이틀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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