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 되니 문자가 잔뜩 와 있다. 안전 안내 문자. 밤 사이 집중호우가 있었던 모양인데 숙소에서 안전하게 쉴 수 있었음에 감사하다.
잔뜩 흐린 구름에 어둑한 아침인데도 여섯 시 조금 넘으니 평소와 다름없이 칼기상하는 아이들이다. 아이들의 회복력은 정말 상상을 초월할 정도이다. 고속충전기가 따로 없다.
어제 근처 마트에서 사둔 시리얼과 요거트 방울토마토에 빵과 커피로 아침을 먹었다. 비가 제법 오는 길을 뚫고 향한 곳은 함안에 사는 대학 선배 언니의 집이다. 스무 살, 스물한 살 나이에 서울의 한 캠퍼스를 거닐던 여대생 둘이 아이들을 둘씩 데리고 지방의 한 도시에서 만난다. 아이들은 모두 한두 살 터울인데 거리가 워낙 멀다 보니 아이들은 모두 초면, 언니와 나는 거의 십 년 만이다. 초면에도 잘 노는 아이들, 오랜만에 만나도 엊그제 본 것 같은 엄마들, 아이들 바라보며 두런두런 얘기를 하다 보니 몇 시간이 훌쩍 지난다. 장맛비가 아니었으면 근처 공원이나 물놀이터라도 갔을 텐데 집에서만 놀게 되어 아쉽지만, 그래도 수다꽃을 피워낼 수 있는 시간이 꿈만 같았다.
짧지만 강한 만남, 아쉬움을 안고 숙소로 향하는 길, 너무너무 재밌었다고 조잘거리던 둘째는 잠이 들어버린다. 세상에서 제일 재밌는 남의 집 장난감을 갖고 놀아 에너지 소모가 상당했던 모양이다. 장마철 여행에서 집중호우를 맞닥뜨린 것이 오늘이 처음인데
실내에서 편히 놀 수 있어 그것 역시 감사한 일.
숙소로 잡은 곳은 언니집 근처도시 창원이다. 근처에 어시장도 있고 아귀찜거리, 복어요리 거리도 있는데 일요일이고 저녁이라 많이 닫아 한산하다. 문 닫은 식당들 사이에 아귀찜과 삼겹살을 함께 먹을 수 있는 식당이 있어 냉큼 들어갔다. 홀은 한가한데 쉴 새 없이 배달알람이 울리는 것이 맛집인가 보다. 우리가 들어간 후에 홀에 오신 손님들은 대기 시간이 너무 길다는 안내에 발길을 돌리셨다. 타이밍 좋게 식사를 할 수 있었던 것도 감사한 일. 비 피해가 속출하는 장마기간에 여행을 다니다 보니 감사가 늘었다.
오랜만에 아귀찜을 먹으니 너무 맛있다. 콩나물도 아삭하고 아귀살도 쫄깃하고. 내가 집에서는 절대 해 먹을 수 없는 맛이고 여행이 아니라면 굳이 아이들을 데리고 외식을 할 일도 없어 마지막으로 먹은 아귀찜이 언제인지도 기억나지 않는다. 애 낳고는 먹은 적이 없는 것 같으니 거의 십 년 되었을까. 남은 양념에 밥을 더 비벼먹고 싶은걸 배탈 날까 걱정이 되어 꾹 참았다. 이럴 땐 많이 못 먹는 위장이 참 아쉽기만 하다. 쉐어링 기능이 있어 잘 먹는 신랑과 위를 공유할 수 있다면, 아니면 가불 기능이 있어 여행이 지난 후에 먹을 양을 미리 땡겨 먹을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에고, 욕심도 많다. 며칠 배탈 안 나고 끼니 굶지 않고 챙겨 먹을 수 있었던 것만 해도 어딘데.
큰아이가 다리를 두드리며 흥얼거리는 노랫말에 정답이 들었다. 코카콜라 맛있다. 맛있으면 또 먹어. 또 먹으면 배탈 나. 이런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의 구전 동요를 학교에 가더니 곧잘 배워와 흥얼거린다. 그래, 더 먹으면 배탈 나니 그만 먹자.
마산은 처음 와본 도시, 난 어릴 때 엄마랑 수산시장 구경하는 걸 좋아했는데 우리 형제들은 시장 구경에 관심이 없으니 내일은 날씨가 좋아 근처 바닷가나 더 들릴 수 있으면 좋겠다.
오늘 하루도 즐거웠다. 십 년 만에 지인도 만나고 아귀찜도 먹은 역사적인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