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암해수욕장, 창원 마산

다섯 째날 - 1, 매우 더움. 생선미역국.

by 멋쟁이 한제

호텔의 암막커튼 사이로 강한 햇빛을 느끼며 잠에서 깼다. 오랜만에 구름사이로 햇빛이 보인다. 근처 도시는 여전히 호우가 내리는 곳이 있지만 이곳 창원은 오전에 잠깐 비 오고 날이 개는 것으로 나온다.

호텔 조식을 먹으러 내려갔다. 프로모션기간이라 조식을 무료제공한다 하여 미국식 조식 두 개와 전복죽 하나를 주문하여 먹었다. 과연 깔끔하고 맛이 좋다. 커피도 일반 커피와 디카페인 두 종류가 있어서 속으로 오두방정 엄지 척을 백 번 날렸다. 겉으론 무심한 척 시크하게, 아아를 한 잔 말면서.


근처에 해수욕장이 있어 트렁크 깊이 넣어 둔 래시가드를 다시 꺼내 입히고는 바닷가로 갔다. 광암 해수욕장이라는 작은 해수욕장인데 우리가 갔을 땐 정말 사람이 관광객이 하나도 없고 관리하시는 분들만 계셨다. 또 바다냐며 시큰둥하더니 아이들은 금방 바다로 빠져든다. 날이 더웠다. 아이들이 바닷물에 적시고 놀아도 감기들 일이 없어서 마음이 놓였다. 나는 엄청 더웠지만.


모래놀이도 하고 두꺼비집도 만들고 "학교에서 배웠다"며 땅따먹기를 그려서 놀기도 한다. 나 어릴 적만 해도 동네 다니는 길마다 돌멩이로 분필로 그려져 있던 1 2 3 4 놀이가 이젠 학교에서 배우는 놀이가 되었다는 것에 30년 세월이 느껴진다. 모래놀이와 물놀이를 번갈아 하며 두 시간 넘게 놀더니 배가 고프다 한다. 파라솔이나 평상을 빌려서 배달음식을 시켜 먹으며 더 놀아도 되는데 그냥 물놀이는 그만하기로 하고 야외 샤워장에서 시원하게 샤워를 시키고 옷을 갈아입혔다. 그새 까무잡잡해진 아이들. 선크림도 안 챙겨준 것이 조금 미안해진다. 근처에 모둠회와 생선 미역국을 하는 식당이 있어 들어갔다.


평일이라 그런지 손님이 없이 한가하다. 미역국은 주문을 받고 끓여주신다 하고 시간이 좀 걸리니 찐 고구마를 먼저 내어 주신다. 꿀맛 그 자체.

모둠회가 먼저 나왔는데 직접 만드신 초장과 막장이 너무 맛있었다. 생선회 먹을 때 초장이나 막장보다 간장을 선호하는데 그렇게 짜지도 자극적이지도 않은 수제 소스가 너무 맛있어 듬뿍 찍어 쌈에 싸 먹었다.

생선 미역국은 뚝배기째 나왔는데 생선살과 뼈가 듬뿍 들어가서 감칠맛이 끝내준다. 보통 횟집에서 매운탕만 있는데 이렇게 미역국이 나오니 애들이랑 먹기가 너무 좋았다. 물놀이 끝이라 배도 고팠겠지만 아이들이 밥 한 공기를 뚝딱한다. 미역도 꽤 두툼한데 부들부들하고 흐물흐물하진 않다. 간도 어쩜 이리 딱인지, 나는 왜 이런 미역국을 못 끓일까?


생선 미역국은 나에게는 좀 생소한 영역이긴 하다. 고등학교 다닐 때 한 선생님께서 본인 고향에서는 역국에 갈치나 가자미를 넣어 끓인다고 하셔서 화들짝 놀랐던 기억이 있다. 미역국은 소고기 아니면 조개 미역국 정도만 아는 서울 촌놈 아니고 경기도 촌놈이었다. 생선을 국에 넣는다니 생각만 해도 비리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을 교복 입은 나를 떠올려본다. 그 후로 시간은 지나고 지나 나는 성게 미역국도 알게 되고 손수 맑은 아귀탕을 끓여 남은 국물에 미역국을 끓여 먹은 적도 있는 애 엄마가 되었다. 그리고 정말 진짜 생선이 듬뿍 들어있는 생선 미역국을 내 눈으로 보게 되다니. 하나도 안 비리고 감칠맛 끝내준다고 고등학생이던 나에게 말해주고 싶다.


밑반찬으로 나오는 멸치볶음도 하나도 안 맵고 적당히 단짠단짠으로 맛이 좋았다. 경상도는 소고기 뭇국도 빨개서 정말 아이들 먹을 한식집 찾기가 어려웠는데 정말 여러 가지로 끝내주는 식당이다. 멸치볶음, 장조림 같은 밑반찬에도 매운 고추가 기본으로 들어가는 곳이 대부분이었는데 이 식당 음식은 정말 다 담백하고 자극적이지 않았다.


다 먹고 나오는데 내가 물병을 놓고 나왔는데 허리가 다 굽으신 주인 할머니께서 갖다 주신다. 정말 집밥처럼 맛있게 먹은 한 끼, 할머니의 손맛일까. 주문과 세팅은 아저씨께서 해주셔서 할머니가 계신 줄은 몰랐다. 95년부터 하던 식당이라니, 지금은 직접 요리하지 않으셔도 할머니의 솜씨와 손맛이 배어 있는 음식이리라.
물병 가 가야지 안 가가 목마르면 우야노 하시며 웃으시는 모습이 정겹다. 오래오래 건강하시길. 경상도 음식은 좀 자극적이라는 편견을 와장창 깨 준 맛있는 식당이었다.

나오니 34도 불볕더위이다. 덜 덥고 흐린 시간에 물놀이 잘했다 싶다. 주변도시엔 아직 호우가 내리는 곳이 있다는데 또 이렇게 감사한 하루를 보낸다.


경상도를 떠나 마지막 여행지 전남 여수로 향한다. 고속도로에 오르니 빗방울이 떨어진다. 법 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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