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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멋쟁이 한제 Dec 25. 2023

대만도 망고 빙수는 품절.

냉동도 없다구요?

점심을 먹고 후식을 먹으려니 이곳은 외진 곳이라 디저트 먹을 곳이 마땅치 않아 택시를 타고 조금 시내로 나가 보기로 하였다. 대만에 왔으니 망고를, 망고빙수를 먹어야 하는데 겨울이라 생망고가 없다 한다. 그래도 망고 빙수는 먹을 수 있겠지, 당연히 냉동이라도 있겠지.



택시를 타고 시내를 나가 돌아다니는데 망고빙수는 계절 한정이라 없다는 말만 들었다. 그나마 찾은 곳에서 냉동 망고와 우유얼음을 간 샤벳과 생딸기로 딸기 빙수가 가능하다 하여 함께 주문하여 먹었다. 우리나라도 여름엔 딸기 케이크를 먹을 수 없는데 나는 왜 당연히 겨울에도 망고를 먹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을까? 이제 망고 나무에서 꽃이 피고 내년 봄이나 되어야 수확이 시작될 거라는데.

택시기사와 망고 빙수 못 먹었다고 이야기를 나누며 내가 '못 먹다' 의 여러 표현을 잘 쓰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망고는 철이 아니라 못 먹은 것 吃不到, 한국에서도 딸기는 비싸서 자주 못 먹는 것 吃不起, 이건 너무 많아서 못 먹겠는 것 吃不了, 내가 너무 배가 불러 못 먹겠는 것 吃不下,우리 신랑은 여기 오기 전에 한국에서 바빠서 밥도 못 먹은 것 吃不上饭 의 각기 다른 표현을 적재적소에 잘 쓰고 있었다니, 거의 십 년 만에 쓰는 중국어인데도 한번 배워 놓은 것이 터져 나오는 것이 스스로 신통했다. 20년 전에 공부를 열심히 하던 나에게 수고했다 인사를 전한다.

비록 망고빙수는 못 먹었지만, 중국어 잘한다는 칭찬을 하루에도 몇 번씩 듣고 있어 기분이 좋다. 항상 뭐에 쫓기고, 자책하고, 위축되던 일상이 여행지에서의 칭찬으로 조금 만회되는 기분이다.

망고 빙수, 다시 가오슝으로 가면, 거긴 대도시니까 혹시 먹을 수 있을까. 꼭 먹고 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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