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멋쟁이 한제 Sep 21. 2022

세계 여러 나라

그저 세계의 평화를 기원하며, 그 언젠가를 기약한다.   

일곱 살 큰아이의 가을 유치원 프로젝트는 세계 여러 나라인 모양이다. 여러 나라의 국기들과 랜드마크 등을 배워오고, 재활용품으로 피라미드 만들기를 하지 우유팩, 휴지심 등을 집에서 모아서 보내달라는 공지도 받는다. 만리장성은 우주에서도 보인다는 둥, 만리장성은 우리 용인시의 할미산성처럼 적이 못 들어오게 쌓아 놓은 성벽이라는 둥 (진시황 의문의 1패) , 강아지 미라도 있다는 둥, 투탕카멘은 이집트의 왕이라는 둥 나날이 아는 것이 많아지는 것이 신기하기도 기특하기도 한 요즘이다.


1990년 나의 유치원 수업자료.


빅뺑이 뭐냐고 아빠에게 물어보는데 아빠 무심한 듯 (귀찮은 듯) 뻥 터지는 거!!라고 해서 의아한 표정을 짓는 아이에게 영국 런던에 있는 커다란 시계탑이 빅뺑이 아니고 빅벤,  나중에 엄마가 사진 보여줄게 하고 아빠를 한 번 째려보기도 하고(맨날 혼나는 아빠), 엄마가 10년 전 유럽여행 때 찍은 에펠탑 사진과 독일의 소시지빵을 먹는 사진을 보여주기도 하며 이야깃거리를 늘려 나가는 재미도 쏠쏠하다. 독일에서 먹은 소시지 빵이 정말 맛있었다고 하니 자기도 먹어보겠다 하고, 프랑스에서 먹은 치즈만 달랑 들어간 바게트 샌드위치도 정말 맛있었다고 하니 치즈만 들었는데 어떻게 샌드위치 냐고 묻기도 하고, 이탈리아에 가면 네가 좋아하는 파스타를 매일매일 다른 종류로 먹을 수 있을 거라고 하니 꼭 가야겠다 한다.


아이는 이집트에 꽂혔다. 투탕카멘과 미라.


나는 먹을 것은 신토불이,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 좋은 나라라고 배운 사람이다. 요즘 초등학교 교육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내 기억 속 어느 선생님께서는 외국, 특히 서양은 물도 이상한 물 (탄산수를 말씀하신 듯하다)을 마시고, 물이 더러워 맥주밖에 안 마신다고, 그리고 빵에 스테이크만 먹는, 맛있는 것 먹을 줄 모르는 나라, 라는 말을 서슴지 않으셨다. 또 계절도 사계절이 아니라 여름만 있거나, 겨울만 있거나, 아니면 따뜻한 날씨만 주욱 있어서 얼마나 재미없겠냐는 말씀도 하셨던 것이 기억난다. 풍경도 적당한 굴곡이 있는 우리나라의 산 모양 같지 않고 쭉쭉 뻗어 높기만 한 외국의 산들은 예쁘지가 않다고, 아마 외국의 음식, 날씨, 풍경이 선생님께는 낯설어서 별로였던 모양이다. 다분히 주관적인 의견을 열정적으로 수업시간에 이야기하셨던 것을 보면.


이탈리아의 풍경, 우리나라랑 다른 모습으로 아름답지 아니한가.


나중에 커서 세계 여행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외국 몇 나라를 다녀 보니 그 나라의 전통 음식들은 다 건강하고 맛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각 나라의 환경에 맞게 발달된 음식의 뿌리를 가지고 있었고,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그것에 맞추어 먹고 마시며 건강하게 사는 것. 바로 세상의 식문화. 온 세상에 골고루 퍼져 있는 햄버거, 피자, 냉동식품, 가당 음료 등을 제외하면 각 나라의 전통음식, 가정식들은 모두 건강해 보였다. 비빔밥과 불고기, 김치가 아니어도 세상 사람들은 맛있고 몸에 좋은 각 나라의 음식, 엄마가 해주는 요리를 먹으며 건강하게 잘 살고 있었다.


풍경도 그저 우리나라와 다른 모습일 뿐이었다. 꼭 산으로 둘러 쌓인 논과 밭, 혹은 배산임수만이 좋은 지형은 아니지 않은가. 산과 나무도 마찬가지였다. 우리나라와는 다른 수종으로 이루어진 높디높은 외국의 산들은 저마다의 아름다움이 있었다. 그것들이 모이고 모여 풍경이 되는데, 가장 작은 단위인 나무 한 그루부터 다르니 전체적인 분위기가 다를 수밖에. 나는 우리나라의 동해바다, 서해바다, 남해바다 다 예쁘고 좋지만, 외국의 횟집 없는 바닷가도 좋던데.

어디가 더 좋고, 나쁜 것이 아닌 그냥 다른 것.

세계의 음식. 가정식 아니고 식당밥.




버어마와 쇼련. 나이 인증.


우리 아이는 신토불이의 사고방식으로 세계의 여러 나라를 배우지는 않는 것 같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세계 곳곳의 랜드마크와 이국적인 분위기의 신비로움을 배워오고 여러 가지를 묻고 생각하며 우리에겐 없는 것에 대한 호기심, 다른 먹을거리에 대한 궁금증을 내뿜는 아이. 언젠간 직접 경험할 수 있겠지. 그저 아무거나 잘 먹고 아무데서나 잘 자는 사람으로 건강하게만 자라렴.


세계의 여러 나라에 대한 다양한 학습자료를 보내 달라는 유치원 공지가 들어와 1990년, 내가 일곱 살 일 때 유치원에서 배운 세계의 여러 나라 자료들을 찾아 보여주고 아이의 유치원에 보내주었다. 무려 러시아가 쇼련이고, 미얀마가 버어마이던 시절, 아마 아이의 담임 선생님보다 내 유치원 기록물의 나이가 더 많지 않을까. 그 자체로 유물급의 자료들인데, 아이는 이것에 엄마의 이름이 쓰여 있고 엄마의 선생님의 싸인이 적혀 있는 것이 신기한 모양이다. 엄마가 일곱 살이라니. 상상할 수 없는 일인 듯하다.


그래도 그 케케묵은 엄마의 수제 세계지도를 보며 손으로 짚는다. 여기 필리핀에 세부 있지? 여긴 가봤잖아 우리. 하면서. 그렇지. 세상은 변한 듯, 변하지 않았지.


나중에 온 세상을 같이 돌아볼 수 있으면 참 좋겠다.

같이 아니라면 너 혼자라도 가보렴. 내킨다면 말이다.


여행도 체질이니, 하기 싫으면 안 해도 돼.

유튜브랑 구글 스트리트뷰가 점점 좋아지고 있어서 말이야.


그저 세계가, 지구가, 기후가 평화로웠으면 좋겠구나.


독일 시장에서 사먹은 사과 와인, 아펠바인.


돌아 돌아 세계의 음식 사진. 끝.

작가의 이전글 둘째의 한글 공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