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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쓴 글에 '대상자'는 바로 '나'

내가 글을 쓰면서 누군가에게

by 밤이


누군가에게 내 글이 도움이 되기도 하고, 위로가 되기도 하고, 응원의 말 한마디가 되기도 한다.

그런데 오늘에서야 비로소 알게 됐다. 내 글은 결국, 나 자신에게 쓰는 일기 같다는 걸.

지금껏 내가 겪어온 수많은 경험들이 쌓여 무수한 페이지를 이루고, 책 한 권처럼 정리되기도 했지만, 그중에는 버려진 글, 정리되지 않은 글, 미완성인 채로 남겨진 글도 많았다.

그 글들은 세상에 나오지 못했지만, 그 모든 흔적들이 모여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흐트러지면서도 깨어지지 않게, 나라는 존재가 단단하게 자라오고 있다는 것을 조금씩 느끼게 되었다. 예전의 나는 타인의 시선을 지나치게 신경 썼다. 그래서 좋아하는 일임에도 쉽게 발을 내딛지 못했고, 꿈을 꾸는 것조차 두려웠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내가 좋아하는 글을 그저 썩히는 것은 곧 나 자신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걸.

내 글이 모자라 보일지라도, 온전히 나의 것이기에 내가 먼저 존중해야 한다. 누구보다 나를 위해.

글을 쓰는 일은 내게 '작가'라는 꿈을 붙잡게 해 주었고, 그 꿈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나는 이 일에 미칠 수 있을 만큼 좋아하고, 누가 봐도 '넌 정말 미쳤다'라고 말할 정도로 자부심을 느낀다.


글에 '미쳐 있다' 느낀 순간들.

글의 소재가 떠오르면 바로 핸드폰에 메모하고,

잠보다 글이 더 중요해지고,

글을 쓰는 동안 주위의 소리가 들리지 않고,

글로 대화가 통하는 사람을 만나면 눈이 반짝이고,

떠오른 생각으로 몇 편의 글이 연달아 써진다.


글은 늘 내 안에 있었다. 늘 외로웠던 마음의 빈자리를, 조금씩 차곡차곡 채워준 것도 글이었다.

그리고 언젠가부터, 가장 필요한 인생 멘토는 바로 미래의 내 글이 되었고, 가장 친한 친구는 바로 그 글을 쓰는 '나 자신'이었다.

나의 인생 선배는 나의 미래 모습인 나였다.

처음 글을 쓰기 시작한 건 초등학교 1학년, 그림일기로 시작해 시를 쓰고, 기쁜 일과 슬픈 일을 중심으로 일기를 꾸준히 써왔다. 블로그에 글을 올리며, 이제야 비로소 내 글이 정리되어 하나의 목소리로 완성되어 가는 것 같다.

글은 '써야 는다' 그 말처럼, 전하고자 하는 마음이 더 단단해질수록 내 글도 자란다.


이전엔 내가 정말 하고 싶은 말을 정확하게 쓸 수 있을까 걱정했고,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글을 쓸 수 있을지 고민했지만, 지금은 안다. 그 모든 시간을 지나, 나는 지금 여기서 다시 글을 쓰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 글을 읽으며, 내가 얼마나 성장했는지를 조용히, 감격스럽게 받아들이게 된다.

나는 몰랐다. 내가 이렇게까지 글을 사랑하게 될 줄은.

글에 대한 영감은 끊임없이 다가오고, 자존감이 낮아질 때면 소재가 고갈될까 걱정했지만 15년이 흐른 지금도 글의 재료는 계속 떠오른다.

좋아하는 일에 미쳐 있다는 건, 아마도 이런 거겠지.

시대는 변했고, 이제는 좋아하는 일이 곧 본업이 될 수 있는 시대.


마지막으로, 정말 놀랍다. 내가 이렇게 정갈하게, 내 마음을 정리해 글로 남길 수 있다는 것이.


번외

여러분들이 좋아하는 건 어떤 건가요?

'이것만은 포기할 수 없어'라는 것이 있을까요?

저 또한 글이 곁에 있었지만 작가가 희망사항을 품게 된 시기도 그리 오래되진 않은 거 같아요. 그러니 당신도 품 안에 꺼내어 보지 못한 꿈 주머니가 무엇인지 한번 살펴보아요.


어쩌면 그 아이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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