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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누군가에게는 가해자였다.

두려움 속에 숨어버린 아이

by 밤이
인생에서 가장 많이 후회하는 시절을 꼽자면 사춘기다.


그때 나는 균형을 잡지 못했고, 나조차도 나를 제대로 알지 못했다. 하지만 마치 다 아는 것처럼 행동했다.


돌이켜보면 그건 자만과 오만 뿐이었다.

누군가 나를 아는 듯 말하면


“그거 아닌데?”


하고 받아쳤다. 모난 성격은 날카롭게 드러났고,

날 싫어하거나 혐오하는 친구들도 생겼다.

내가 생각해도 그때의 나는 정말 별로였다.

그런데 또 누군가는 나를 보며


“넌 참 착한 애였어”


라고 말하기도 했다. 결국 누구에게나 양면은 있는 법이고, 모두에게 좋게 보일 수 없는 게 사람이겠지.


하지만 그 시절 내가 가장 잘못한 건,

혼자만의 해석에 갇혀버린 것이었다.



오해가 생기면 마음속에서만 곱씹었다.


‘아마 저 아이는 나를 싫어하는 걸 거야.’


그렇게 결론을 내려버리면 관계는 멀어졌다.

내가 만든 오해와 오해가 뒤엉켜 돌이킬 수 없게 된 적도 많았다.

나는 먼저 다가서지 못하는 아이였다.
화해의 방법도 몰랐고, 마음을 열지도 않았다.


결국 이기적인 아이였다.




사실 속을 들여다보면 이유는 있었다.
새 친구에게 먼저 다가갔다가 외면당할까 불안했고,

서운한 마음을 솔직히 털어놨다가 더 미움받을까 두려웠다. 차라리 내 잘못이라 여기며 문을 닫아버리는 게 편했다.

나는 여리고 예민했지만, 겉으로는 까칠하게 굳어져 있었다.

그 속마음을 말하지 않았으니, 이해해 주는 친구도 없었다.
사과 하나 꺼내는 데도 몇 년이 걸렸고, 그마저도 늦어버린 경우가 많았다.


상대는 이미 나를


‘진짜 아니구나’


라며 마음을 닫았을 테니까.



그럼에도 나를 좋아해 주고, 먼저 다가와주던 친구들이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 마음이 부담스러워 도망쳤다.


한 번도 받아본 적 없는 관심이어서, 받아들이는 법을 몰랐다. 지금 생각하면 그 아이들에게 정말 미안하다.
그때 내가 조금만 솔직해질 수 있었다면, 도망치지 않고 대화할 수 있었다면, 그들에게 상처를 주지는 않았을 텐데.

나는 그 시절 분명 누군가에겐 가해자였다.
그 기억은 여전히 후회로 남아 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그 반복을 끊어야 한다는 걸.
사람이 두려워 도망치던 아이에서,

용기를 내어 다가가는 어른으로 자라야 한다는 걸.



그리고 언젠가, 그때의 친구들에게 진심으로 사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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