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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경 Mar 18. 2019

옆집 BGM【시】

시끄러워도 재밌잖아요

옆집 BGM     


히터가 갈라지는 소리는

마우스 클릭하는 소리   

  

오렌지를 주무르고

그것의 메마른 탯줄을 뜯어내는 소리는

교실 뒤쪽 초록색 게시판을 손으로 긁어대는 소리 

    

오렌지를 크게 뜯어먹고 

묵직하게 고인 침을 삼키는 소리는

삼분의 일정도 쓴 큰 스킨병 벽에 물덩어리들이 부딪히며 나는 소리


이 소리들에 맞춰 

키보드를 두드리다가

머리가 띵해져 내쉰 한숨소리는

새벽에 차 한 두 개가 길을 긁으며 내는 소리     


옆집 배경음악을 듣다 보니

노을은 소리 없이 지고 말았네.     



방음이 안 되는 방에서

멍하니 앉아

백색소음이라고 하기엔 조금 큰 소리가 들리는 벽 한 번

노을이 지는 창문 한번 쳐다보다가 떠올린 문장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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