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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경 Apr 13. 2019

목표가 아닌 목적이 필요할 때【에세이】

언어공부에서 지속가능한 원동력을 얻는 방법

우리는 끝이 정해지지 않은 일을 할 때 목표를 정한다. 말 그대로 “끝”이 없기 때문이다. 다이어트는 대표적으로 끝이 정해지지 않은 일이다. 많은 사람들이 다이어트를 결심하지만 각자 원하는 몸매는 다를 것이다. 그런데 다이어트의 목표가 ‘살을 빼기 위해서’ 라고 하면 이건 동어반복이다. 이는 다이어트의 목표라고 할 수 없다. 가령 체지방률을 얼마만큼 줄이고 근육양을  얼마만큼 늘릴 것인지와 같이 다이어트의 목표를 구체적으로 정한다면 실행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목표는 동력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속가능한’ 동력을 위해서는 ‘어디까지’(목표)보다는 ‘왜’(목적)가 중요하다.      


요즘은 ‘목적’을 망각한 채 ‘목표’만 세우는 경우가 많은 듯하다. 빠른 속도의 세상은 사람들이 계획이나 목표를 세우는 것은 허용할지언정 그보다 더 상위 개념인 목적을 생각한 시간을 주지 못한다. 특히 언어공부를 할 때 이런 현상은 두드러진다. 많은 사람들이 새해 목표로 야심차게 계획을 세우는 일 중 하나가 언어공부다. 언어를 배우는 일 또한 끝이 없다. 언어는 단순한 지식을 넘어 한 나라, 민족의 문화를 관통하는 지적체계이다. 그래서 언어의 습득 과정에는 작문, 회화, 독해 등 수많은 하위 영역들이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어떤 언어를 배우기 위해서  ‘○○책 끝내기’, ‘◇◇수업 듣기’식의 목표를 세우는 것은 지엽적인 접근 방식이다. 언어를 탐구하는 무한한 과정에 있어서 이러한 목표는 결코 지속가능한 원동력을 주지 못한다. 우리에게는 언어를 공부하는 좀 더 근원적인 그러나 분명한 ‘목적’이 필요하다.     


학창시절 나는 영어시험 점수가 잘 나오지 않아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고,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에는 자연스럽게 영어를 멀리하게 되었다. 그런데 관심 있는 기사 내용을 CNN홈페이지에서 찾아보다가 문득 “내가 영어로 알고 싶은 기사내용을 읽을 수 있으면 나한테 영어라는 도구가 생긴 거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파파고와 같이 진화를 거듭하는 언어 번역 시스템은 언어를 공부하는데 더 이상 지식의 양을 늘리는 것이 본질이 아니라는 것을 시사한다. 인공지능은 내가 하고 싶은 말 혹은 내가 읽고 싶은 기사 내용을 내가 원하는 언어로 순식간에 바꿔준다. 이제 중요한 것은 ‘특정 언어로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무엇을 할 수 있는지’이다.      


물론 인생이 매번 목적을 정하고 그에 맞는 세부 목표를 세워가는 순서로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목적이 매번 달라 질 수도 있다. 나의 경우만 하더라도 중국으로 유학을 오고 나서야 중국어를 배우는 목적에 대해 생각해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앞서 말한 지엽적인 방식으로 언어공부의 목표를 세우는 일도 결국 더 나아가 목적을 생각하는 하나의 과정일 수 있다. 핵심은 끊임없는 자신과의 대화를 통해 뒤죽박죽이더라도 가지를 치고, 기둥을 그려나가는 행위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비단 언어 공부뿐아니라 삶에서 마주하는 끝이 없는 일에 대해 우리는 불안이 아닌 흥미를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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