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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경 Apr 16. 2019

2014.4.16-2019.4.16【에세이】

5년 전, 오늘 나는 중간고사를 앞둔 고등학생이었다. 수업시간에 선생님은 지나가는 말로 수학여행을 가던 학생들이 탄 배가 사고가 났는데 다행히 학생 전원이 구조되었다고 했다. 친구들과도 관련 기사를 핸드폰으로 검색해봤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보도 내용이 수정되더니, 결국 이날 단원고의 수많은 학생들과 선생님들은 참사를 당했다. 그 후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며칠 전, 몇 달 전, 몇 년 전의 세월호 참사에 대해 친구들과 "그 일은 참 안타깝다"라고 말했었다.      


1년 전, 오늘은 대학교 강의 시간에 교수님과 「엄마. 나야.」라는 시집에 실린 시들을 낭독했다. 낭독하면서 울먹였다. 세월호 참사 때 세상을 떠난 아이들의 목소리로 시인들이 쓴 생일시들이었다. 시를 눈으로 읽고 귀로 들으면서, 그날의 깊은 슬픔을 처음으로 마주했다.  세월호 참사가 아니었다면 지금 내 나이인 학생들이 시를 통해서 인사도 없이 먼저 가서 미안하다며 가족에게, 친구에게 다하지 못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2019년 4월 16일. 지난 5년 동안 많은 영화, 음악, 글들이 세월호 참사를 추모했다. 예술인들은 저만의 방식으로 깊은 슬픔을 표현했다. 2014년 4월 16일 이후 세월호 참사를 빼고 현대사회를 설명할 수는 없다. 그것은 말 그대로 수많은 잔인한 죽음이 따른 ‘참사’였고, 그것의 진상 규명 과정에서는 깊은 슬픔이 답답함과 우울함까지 동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월호 세대’는 세월호 참사의 희생자인 단원고 학생들과 비슷한 연령대인 고등학생들을 가리키는 말인데, 한 설문조사 결과 이들은 세월호 참사 이전보다 사회를 바꾸려는 실천의지가 높아졌다고 한다. 사전적 의미로 나는 세월호 세대다. 그렇지만 사회를 바꾸려는 실천의지는 무거운 과제처럼 느껴진다. 내가 감히 이 깊은 슬픔을 위로할 수 있을까? 나아가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뭔가를 할 수 있을까? 그저 5년 전 오늘을 마음으로 느낀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것이 부끄러울 뿐이다. 나는 그저 슬퍼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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