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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경 May 17. 2019

오렌지 방 안에서【시】

부제– 은행 앞 두 걸인

장을 보러 가는 길에

은행 앞 걸인과 은행 옆 걸인을 보았다     


그 중 하나는 

세상의 휴면계정 아무렇게나 엎드렸고

지팡이도 나란히 엎드렸다.     


또 그 중 하나는

‘파아노 건반’ 같은 손으로 ‘비파’같이 쭈그려 앉아 ‘얼후’*를 연주하고

찬바람이 빈 깡통으로 박자를 맞추었다.     


장을 보고 오는 길에

은행 앞 두 걸인이 동전 같은 귤을 까먹고 있었다.

장바구니에 오렌지 두 개를 

한 곳에 모인 두 개의 깡통에 각각 넣었다     


집으로 돌아온 후에는

들숨의 오렌지 하나를

부직포처럼 뜯은 후에 

동그란 방으로 썼다.      



*얼후 :  우리나라의 해금과 비슷한 중국 전통 현악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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