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은행 앞 두 걸인
장을 보러 가는 길에
은행 앞 걸인과 은행 옆 걸인을 보았다
그 중 하나는
세상의 휴면계정 아무렇게나 엎드렸고
지팡이도 나란히 엎드렸다.
또 그 중 하나는
‘파아노 건반’ 같은 손으로 ‘비파’같이 쭈그려 앉아 ‘얼후’*를 연주하고
찬바람이 빈 깡통으로 박자를 맞추었다.
장을 보고 오는 길에
은행 앞 두 걸인이 동전 같은 귤을 까먹고 있었다.
장바구니에 오렌지 두 개를
한 곳에 모인 두 개의 깡통에 각각 넣었다
집으로 돌아온 후에는
들숨의 오렌지 하나를
부직포처럼 뜯은 후에
동그란 방으로 썼다.
*얼후 : 우리나라의 해금과 비슷한 중국 전통 현악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