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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경 Oct 17. 2019

2018,2019부산국제영화제 몰아보기【영화】

《메기》, 《벌새》&《비바리움》

  영화 《메기》와 《벌새》는 영화 제목이 두 글자이고, 동물의 이름이라는 것 외에도 공통점이 있다. 2018 부산국제영화제에서 ‘KBS독립영화상’, ‘CGV아트하우스상’, ‘시민 평론가상’을 받은 영화 《메기》와 ‘넷팩상’, ‘KNN관객상’을 받은 영화 《벌새》가 (꽤 시간이 지난) 얼마 전 극장에 나란히 개봉했다.      


영화 《메기》(2018) / 감독 : 이옥섭     


01. 메기는 결정적인 순간에 날아올라 ‘싱크홀’을 만든다. 


메기는 ‘성원’의 일자리를 만들어 주었고, 전 여자 친구를 폭행한 사실을 털어놓은 ‘성원’을 가차 없이 보내버리기도 한다. ‘어디까지 믿고 어디까지 의심해야 해’, ‘저게 거짓말이면 어떡해’, 복잡하게 헤엄치는 인간에 비해 메기의 몸짓은 훨씬 가볍다. 어느새 메기의 긴 수염이 우리를 비웃고 있는 듯하다.     


02. ‘믿음’과 ‘의심’을 핑계로 우리는 얼마나 서로에게 폭력적이었나.      


'찍는 사람'이 아닌 '찍힌 사람'에 대해 왈가왈부하고, '발가락 반지'를 '손가락 반지'로 착각하는 우리는, ‘진실’에 진심으로 관심이 있기나 한 걸까? 아, 물론 진실이라고 쉽게 얻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어쩌면 믿음과 의심 사이의 ‘진실’은 싱크홀 저 밑바닥에 있을 텐데, 알 길이나 있을까 몰라!     


03. 더불어 유튜브 2X9의 《로미오 : 눈을 가진 죄》(2019)는 임솔아 시인의 시 ‘빨간’을 연상시키며 아주 강렬했다.     

영화 《메기》스틸컷 (출처 : NAVER 영화)


영화 《벌새》(2018)/ 감독 : 김보라     


01. 은희면서 영지인 우리에게 개인적이면서 시대적인 목소리로 말하는 다큐 같은 영화

     

02. 꿀벌보다 더 힘차게 부지런히 날갯짓을 하는 벌새, 같은 80년생 은희  


조남주의 「82년생 김지영」와 비슷한 분위기였지만, 《벌새》에서는 시적으로 다가오는 장면이 많아서 좋았다. 예를 들면 '영지'는 그 자체로 시적인 인물이었고, 그녀가 은희에게 보낸 편지는 그 자체로 시처럼 느껴졌다. 23일에 개봉하는 《82년생 김지영》은 또 어떻게 다를까.      

영화 《벌새》스틸컷 (출처 : NAVER 영화)


다시 2019 부산국제영화제가 (이것도 조금 시간이 지난) 10월 3일부터 12일까지 개최되었다. 그 중 ‘미드나잇 패션 2’(밤 12시부터 새벽 6시까지 영화 3개를 보는 프로그램)에서 졸음이 확 달아나게 해 주었던 영화 《비바리움》이 기억에 남는다.     


영화 《비바리움》(2019) / 감독 : 로어칸 피네건     


01. 배경 설정부터 강렬하다. 


‘비바리움’은 관찰이나 연구를 목적으로 동식물을 가두어 사육하는 공간을 의미한다. 영화 《비바리움》은 끝도 없이 펼쳐진 똑같은 집들 한가운데에서 시작하고, 끝이 난다. 추어서 머리끝까지 이불을 뒤집어썼는데, 장난인 듯 이불이 벗겨지지 않다가, 나중에는 ‘이 이불속에서 허무하게 죽고 말겠구나’ 하는 엉뚱하지만 심각한 생각이 떠올랐다. 영화는 내내 이런 식의 답답한 현기증을 자아낸다. 

    

02. 밑으로 밑으로 뻗어가는 SF적 상상력.


‘N(>3) 차원에서 인간의 세계를 조정한다면?’과 같은 상상에 빠져들수록, 생각은 (영화 끝부분에 등장하는)‘모래알’처럼 부스러져 아래로 아래로 들어간다. 마치 현실이 된 것처럼, 다시는 되돌릴 수 없다는 듯이, 오싹하게.

영화 《비바리움》스틸컷 (출처 : NAVER 영화)



앞선 영화들을 본 지 꽤 시간이 지나서야 이 글을 쓰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생략이 많고 불친절한 –스포는 없지만 영화를 아직 보지 않은 사람은 읽을 수 없는, 읽는다 해도 아무것도 알아들을 수 없을 법한– 감상이 되어버렸다. 그렇지만 영화를 보고 ‘바로’ 그 영화에 대한 감상을 쓰는 것은 너무도 힘든 일이다. 영화를 두고두고 음미한 후에, 짧게나마 글로 남기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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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글(들)은 10월 28일에(야) 업로드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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