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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웃사이드 더 시티 Sep 08. 2017

라이따이한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 입장에서 바라보기

사건은 어제 저녁 베트남 이민자들의 디너 파티에 참여하면서부터였다.  스무  정도의 베트남인들이 모였는데 가장 연령이 높은 마담 집에서 개최하는 자리였다. 처음에는  마담과  이야기하다가 그분이 술이 많이 들어가니 갑자기 한국에 대한 비하를 하기 시작했다. 다른 베트남 커플과 한국 드라마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갑자기 껴들어서 한국 남자들은  게이같이 역겨워서 한국 드라마는 싫다며 쩌렁쩌렁 소리를 쳤다. 순간  커플도 얼어붙고 모두가 얼어붙었다. 그래서 여성스럽게 생긴 배우들도 있지만 장동건이나 원빈처럼 남자다운 배우들도 있다고 설명하니  봐서 모른다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다음에는 베트남 누들 먹고 있는데  와서는 한국 냉면은 싫다고 누들은 원래 베트남처럼 뜨겁게 먹는 거라며 시비를 걸기 시작했다. 원래  꼬인 사람이구나 하고 무시하고 집에 가려는데  마담은 아주 진지한 얼굴로 한국 남자들에 의해서 태어난 수많은 혼혈아들이 베트남에 있다고 이야기했다. 요즘은 워낙 국제결혼이 흔하니 그럴 수도 있겠다고 얘기하니 마담은 얼굴에 그늘을 드리운  담배를 태우고서 가버렸다.


그 순간에는 기분 나쁜 사람이라고만 생각을 했다. 그러나 집에 와서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 마담의 나이와 출신을 고려했을 때 마담이 한 이야기는 전쟁 중 태어난 '라이따이한'을 말하는 것을 알게 됐다. 그 베트남 할머니의 한국 혐오는 내게 충격과 동시에 한국이 전쟁 피해국이라는 고정관념을 바꾸어 놓았는데 베트남인 입장에서는 우리 또한 전쟁 가해국인 것이었다.


그렇다면 한국 정부는 과연 베트남에게 제대로 된 사과를 했을까? 베트남전에 참전한 군인들을 전쟁 영웅으로 보도하며 여전히 그들을 추모를 하고 있고 강간을 당했던 베트남 할머니들에게 제대로 보상하지 않았다. 또, 현재는 전쟁 중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베트남 아가씨들을 국제결혼이라는 이름 하에 매매하거나 여행 혹은 유학중 무책임하게 현지 여성들을 임신 시키는 만행이 벌어지고 있다. 그저 다른 형태로 역사가 반복되고 있을 뿐이다.


한 커뮤니티에서 국제결혼의 경우 공급이 있으니 수요가 있기에 그 아가씨들도 그에 동의해서 매매혼이 이뤄지는 거라는 네티즌의 의견을 보고 깜짝 놀랐다. 사실 매매혼으로 시집온 동남아 여성들의 경우, 본인의 선택에 의해서보다는 가족의 생계를 위해서 거의 팔려오다시피 희생된 여성들이 더 많다. 이전 직장에 20살 이상 어린 베트남 그리고 우즈베키스탄 아가씨들과 결혼한 상사들이 있었는데 그 여성들의 부모가 마지막으로 한 말이 제발 우리 아이 때리지는 말아달라는 말이었다. 그 여성들을 고를 때도 상품 고르듯이 여러 명 세워놓고 몇 분 이야기를 나누고서 바로 결혼 도장을 찍었다. 직장에서도 그 상사들은 외국인 여성들은 어리고 순종적이어서 좋다고 직원들에게 떠들어댔는데 마치 돈 주고 산 노예를 자랑하는 것처럼 들렸다. 그 당시에는 그건 그 사람의 선택이고 삶이니까 나와는 상관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이 곳에 베트남, 필리핀 친구들을 얻고나서 내가 그 국가의 여성이었다면 얼마나 끔찍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수요가 있기에 공급도 있다지만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사람이 물건처럼 매매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런 국제적인 이슈는 국가가 나서서 결혼중개업체들은 법적으로 금지하거나 인도적으로 잘 해결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고, 우리 역시 우리의 과오를 되짚어 보고 과거를 청산을 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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