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의 독서
한 줄 소감 :
인간을 들여다보는 깊은 시선, 인간을 바라보는 따뜻한 마음
이 책은 결혼 전 고향 동네 중고서점에서 구입한 책이다. 결혼하면서 이 책을 신혼집에 들고 와서는 읽다 말다를 반복하다가 시간이 흐르고 흘러 이제야 다 읽은 것인데, 왜 이렇게 미적댔는지 싶을 정도로 재미있게 읽었다.
이 책은 1900년대 초중반에 활동한 프랑스 소설가 마르셀 에메가 쓴 단편소설집이다. 마르셀 에메의 책은 이걸로 두 권째인데, 처음으로 만난 작품은 벽으로 드나드는 남자였다.
마르셀 에메의 작품을 읽노라면 '육각형을 고루 채운 작가'라는 생각이 든다. 문체에 균형감이 있고 무게 또한 적당하여 읽는 맛이 있고, 가볍고 유쾌한 작품과 무겁고 짙은 작품과 기묘하고 설득력 있는 작품을 전부 잘 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그의 작품은 인본주의적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2차 대전을 몸소 겪은 그는 인간존재의 타락과 이기심과 야비함에 많이 천착했던 것 같다. 하지만 동시에 그는 인간에 대한 연민과 사랑 또한 작품을 통해 드러낸다. 나 또한 그의 작품을 읽으며 많은 느낀 바가 있거늘, 작가와 동시대를 살았던 이들은 작가의 글들을 읽으며 훨씬 많은 깨달음과 위안을 얻지 않았을까. 1902년에 프랑스에서 태어난 저자와 지금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나 사이에는 거의 100년이라는 시간차가 있고 지리적 환경 또한 아예 다르지만, 그의 작품에는 이 시공간의 간극을 메우는 놀라운 힘이 들어있다. 그 힘은 바로 사람을 생각하고 사람을 사랑하는 것에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