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을 보내고 한 주를 시작하는 월요일 출근길은 늘 피곤하다.
주말의 게으름과 노곤함을 떨어내고 한 주를 시작하는 첫날, 오늘은 퇴사 전 마지막 월요일이다.
매일 다니는 출근길이었지만 새삼 낯설게 느껴졌다. 익숙한 도로 위 신호등과 끝없이 이어지는 건물들, 낯익은 간판, 어제와 똑같은 창 밖 풍경. 같은 주파수에 맞춰져 있는 라디오. 순간 아득해지며 지금을 관망하고 있는 듯한 묘한 기분이 든다. 당분간, 어쩌면, 앞으로, 오래도록 이 시간에 이 길을 지나갈 일이 없을 것 같다.
주차 후 사무실을 향하는 걸음에도 월요일의 무게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드디어 오늘, 오래전부터 생각만 하던 일을 실행할 때가 온 것이다. 과연 나는 퇴사할 수 있을까.
사무실에 들어서면서부터는 괜히 마음이 급해졌다. 월요일 오전에 해야 할 일들을 차근차근 생각해 봤다. 드문드문 생각해도 오늘 해야 할 일이 많았다. 컴퓨터 전원부터 올리고 의자에 앉았다. 두서없이 할 일이 뒤죽박죽 섞여버렸다. 매주 월요일 아침에 해야 하는 일들을 기계적으로 하려니, 아 오늘은 그전에 해야 할 일이 있었다. 아니다. 출근하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생각났다. 곧바로 의자를 뒤로 밀고 일어나 탕비실로 향했다. 커피머신에 캡슐 하나를 밀어 넣고 뜨거운 커피 한 컵을 가득 내렸다. 호로록호로록 소리 내서 뜨거운 커피를 마셨다. 커피의 더운 온도가 식도를 타고 내려가는 느낌이 났다. 다른 일은 생각나지 않는다. 커피 마시는 것에만 집중했다. 몇 번 더 그러고 나니 컵 바닥이 드러났다. 눈을 들어 언뜻 시계를 보니 커피 한 잔을 다 마시는 데 20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커피는 식기 전에 마셔야 맛있다.
책상 앞에 앉아 익숙한 컴퓨터 화면으로 이동했다. 출장을 올리고 남은 연가와 휴가를 한꺼번에 냈다. 내일모레, 이틀 뒤, 수요일이 마지막 출근일이 됐다. 계약만료 17일 전이었다.
오전 출장에서 돌아오는 나를 보고 팀장은 나를 불렀다.
"맨접씨, 밖에서 잠깐 얘기 좀 하시죠."
-.......
출장 가방을 의자에 올려놓고 팀장을 따라나갔다.
"혹시, 저 때문에 그만두시는 건가요?"
생각지도 못한 질문이었다.
올해 나의 계약만료는 기정사실화 돼가고 있었다. 올 들어 팀장이 직원들 앞에서 자주 입에 올리던 탓이었다.
"올해 계약만료라고 일 대충 하려고 하지 마세요."
"신규 직원 들어오면 적응 기간도 필요하고 업무가 바로 되진 않을 테니까, 퇴사 전에 최대한 실적을 올려놓고 가시는 게 좋겠어요."
내가 계약만료로 퇴사를 하게 될지, 재임용이 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는 사실이었지만 팀장은 직원들 앞에서 마치 확정된 일인 양 자주 말했다. 나를 타깃으로 말했는지, 우리 사업인력들을 두고 한 말인지는 잘 모르겠다. 같은 날 입사한 직원도 있었으니 계약 만료일도 같았다. 나는 팀장이 가볍게 자주 떠드는 말이 기분 나빴다.
팀장은 대학 졸업 후 바로 입사해서, 나이에 비해 높은 보직에 있었다. 결혼도 하지 않았으니 출산이나 육아가 승진에 영향을 주지도 않았을 것이다. 미혼인 그녀를 두고 남자복이 없다거나 남편복이 없다 혹은 자식복이 없다는 등 말이 많았다. 딱히 친하게 지내는 사람이 없어 더 소문이 많았을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팀장은 관운이 있다'는 것이었다. 팀장과 동갑인 15급(?)쯤 되는 나는, 남편도 자식도 있지만 관운은 없었다.
"혹시, 저 때문에 그만두시는 건가요?"
팀장의 말이 일반적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통 이런 상황에서는, 계약만료일이 아직 많이 남았는데 왜 벌써 들어가냐? 일이 힘들었냐? 혹은 그동안 고생이 많았다는 말을 하지 않을까.
일반적이지 않은, 예상치 못한 팀장의 말에 말문이 막혀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라 팀장 얼굴만 쳐다봤다. 팀장은 늘 그러했듯 나와 눈이 마주치자 눈을 피해 다른 곳을 응시했다. 그러면서 다음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과장님께서 타 지역은 다들 일하던 분들이 재임용 원서를 내고 재계약을 했다며, 왜 우리는 다 그만두냐며 걱정하세요."
팀장이 한 말들이 모두 이상하게 들렸다.
발화자는 모두 팀장이지만 두 질문 모두 팀장 본인은 없는 것처럼 들렀다. 책임회피, 단순한 말 전달자처럼 들렸다. 팀장에 별다른 기대를 바란 것은 아니었지만 무책임한 팀장의 태도에 힘이 빠졌다.
"혹시, 저 때문에 그만두시는 건가요?"
퇴근길에서도, 잠들기 전에도 팀장의 말이 계속 생각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