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수

by 사막

그 미운 아빠인데도 옥수수만 보면 아빠가 떠올라. 국민학교도 제대로 다녀보지 못하고, 농사일 도우러 다녔다는 아빠가. 16살에 고아가 되고 동생들이 줄줄이 딸려 어찌 살아야 하나 막막했다던 아빠가 말이야.

도시락을 싸가지 못할만큼 가난해서 점심 시간이 되면 3키로 정도 되는 거리를 뛰어서 집에 와서 옥수수를 얼른 먹고 다시 학교까지 뛰어갔다던 아빠. 허겁지겁 먹고 다시 뛰어서 학교까지 가면 어느새 배는 다 꺼져서 수도꼭지를 틀어 물로 배를 채웠다는 아빠가 말이야. 30대의 아빠는 술만 마시면 어린 우리들을 붙들고 그 얘기를 했지. 술이 다 눈물로 나오나 싶을 만큼 굵은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도 말이야.

술만 마시면 엄마한테 욕을 하고 엄마를 때리는 아빠가 미웠지만 그 이야기를 들을 때면 어쩔 수 없이 나도 눈물이 흘렀어. 그렇게 힘이 세서 호랑이 같은 아빠가 눈물 콧물 줄줄 흘려가며 했던 이야기 때문에 그렇게 미운데도 마음껏 미워하지 못했어.


가을이면 초록 그물망에 옥수수들이 담겨있었지.

원래는 그냥 찰옥수수뿐이었는데 어느날부터 팝콘 옥수수가 보였어. 저걸로 튀기면 정말 팝콘이 된다길래 한번도 안해봤던 옥수수 서리를 해봤네.

몰래 1개 꺼내다 엄마한테 팝콘 만들어 달랬던 거 기억나?

후라이팬에서 정말 팝콘이 되는 그 다다다다 소리를 듣고, 그 뒤로도 몇 번 몰래 빼왔던 팝콘이었지.

텔레비젼에서 사람들이 먹던 팝콘이 이런 맛이었구나 해서 신기하고

별 맛도 아닌데 그렇게 팝콘팝콘거리는 것도 신기했지만

이 동막골같은 동네에서 신문물을 접했다는 게 제일 신기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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