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울

by 사막

7. 엄마, 창균이네 집 뒷길로 논두렁 따라 쪼르르륵 걸어가면 깊은 개울이 나오잖아.

어른들 일 가고 난 여름이면 우리는 여름 패션을 장착하고 그 길을 달렸어.

팬티만 입고 검은 타이어 튜브 허리에 끼고 신나게 말이야.

지나랑 둘이서,

지혜, 지숙이랑 넷이서,

하얀 팬티 넷이 쪼르르르 논두렁을 달리지.

까만 타이어 개울에 던져 놓고 풍덩 다이빙을 하다가

공기 주입기에 옆구리가 긁혀도 또다시 풍덩해.

신나게 놀다가 해가 지면 우리도 오늘도 신나게 놀았던 몰골로 집에 와.

돌아오는 길엔

논두렁 풀들 묶어 함정을 만들고, 뱀이 나올까 두리번거리면서도

뭐가 그렇게 즐거웠는지

엄마가 미워하는 고모딸이랑 그렇게 신나게 놀았네 내가, 눈치도 없이.


8. 여름이면 개울에 모여 머리를 감아.

지나랑 둘이 나란히 서서

물미역처럼 머리를 거꾸로 집어넣으면 그 차가움이 머리끝까지 찌르르르

챠밍 샴푸로 쓱쓱 문지르고 다시 개울에 머리를 집어넣으면 물살이 알아서 감겨주던

그 시절의 머리 감기.


엄마들은 한쪽에서 빨래판에 방망이로 빨래를 두드리며 빨래를 하며 수다꽃을 피우고

우리는 묶은 때를 벗기고

그 위에선 아이들이 수영을 하고.

다들 개울에서 알아서 터득하던 그 수영을 나는 끝끝내 마스터하지 못했어.


9. 한 여름 목이 마르면 개울가 가서 목을 축이고 세수를 하고 수영을 하며 놀았던 그 계절 덕에

나는 아직도 여름이 좋아.

햇볕 알레르기가 올라오고, 무더위에 무기력해서 축축 늘어져도

두 아이를 업고 안고 한강 수영장을 헤맸던 이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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