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뺏기는 아이

by 요시


착한 아이의 정의는 뭘까?



'착하다'의 사전적 의미는 '언행과 마음씨가 곱고 바르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착한 아이는 말과 행동, 마음 씀씀이가 곱고 바른 아이라는 뜻일 것이다.


친구들을 배려하고

규칙과 약속도 잘 지키며

선생님 말씀도 잘 듣고

언제나 잘 웃고, 잘 먹고, 잘 자고

사랑해, 미안해, 고마워를 잘하는 아이.


그리고...

뭐든 다 뺏기는 아이.



내 아이는 그런 아이였다.








아이의 어린이집 생활은 순탄했다. 가끔 친구 손톱에 얼굴을 긁혀 살점이 파여 오고, 친구가 닫은 문에 손가락을 다쳐 피고름이 생겨왔지만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고작 세네 살짜리 어린 아기들인데 고의성을 갖고 그랬겠냐는 마음에서였다. 무엇보다 상대 아이의 부모도 아닌 어린이집 선생님들이 나에게 죄송해하는 모습이 불편했다. 그런 사고는 순간이고, 그분들의 잘못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죄인처럼 고개를 숙여야 하는 요즘 사회도 싫었다.


아이가 받아 오는 상처 중에는 금방 낫는 상처도, 오래가는 상처도 있었지만 내 아이도 다른 아이에게 의도치 않게 상처를 낼 수도 있다 생각하며 유연하게 넘겼다.



키즈카페라도 가는 날이면 아이는 손에 든 모든 것을 다른 아이에게 뺏겼다. 모래놀이 삽을 들고 있으면 삽을 뺏겼고 낚싯대를 들고 있으면 낚싯대를 뺏겼다. 주방놀이로 카트에 과일을 하나씩 담고 있으면 다른 아이가 와서 남은 과일을 모조리 쓸어갔다. 나는 당황해하는 아이에게 다른 장난감을 쥐어주며 "에잇, 말도 안 하고 뺏어갔네. 우리가 먼저 하고 있었는데! 일단 이거하고 있을까?"라고 주의를 전환시켰다.


뺏어가는 아이들도 모두 내 아이의 또래였으므로 옳고 그름을 잘 모르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있었고, 괜히 다른 집 아이에게 훈수를 뒀다가 그 아이 부모님과 얼굴을 붉히고 싶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일들은 또래사이에서만 일어나지 않았다.



놀이터에 가서 시소에 앉으면 멀리서부터 달려와 아이를 밀치고 자기가 타려는 아이가 있었고, 미끄럼틀을 타러 올라가면 입구에 앉아서 비켜주지 않는 아이도 있었다. 모래 바닥에서 나뭇가지로 그림을 그리고 있으면 어느새 아이 앞으로 다가와 보란 듯이 발로 모래를 튀기는 아이도 있었고, 아이가 돌아다니는 곳곳마다 따라다니면서 일부러 어깨를 치고 다니는 아이도 있었다. 전부 큰 아이들이었다.


이런 아이들은 어느 지역의 어느 놀이터를 가더라도 항상 있었고, 그 아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근처에 부모님이 안 계시다는 거였다. 그런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조용히 주의를 주는 것뿐이었고, 그래도 소용이 없을 땐 아이를 데리고 아예 그 자리를 피했다.



이런 내가, 아이에겐 무력한 엄마였을까?





어린이집 생활이 끝나던 날 원장님이 웃으며 말씀하셨다.

"이 아이는 어딜 가든 사랑받을 거예요, 아시죠?"




그땐 몰랐다.

앞으로 아이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