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이수광, 홍길주
문장은 반드시 새롭고 기이한 생각이나 색다른 말로 꾸며야 훌륭하다면 훌륭한 글을 평생 동안 몇 편이나 지을 수 있겠는가?.... 대개 사람들은 다른 사람이 지은 훌륭한 글을 보면서 이 글에 나타난 생각은 모두 알고 있는 것인데 왜 이런 훌륭한 글을 짓지 못하는 것일까, 갸우뚱하면서도 크게 감탄한다. 그러나 감탄만 할 줄 알고 자신은 훌륭한 글을 짓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 가지 사물과 대상을 상식과 다르게 바꾸어 생각해보거나 미루어 헤아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미루어 헤아려 생각하는 일을 능숙하게 할 수 있다면 다른 좋은 표현을 얼마든지 얻을 수 있을 것이다. _홍길주 "수여연필"
엄청나게 많은 분량의 책이 있다고 하더라도 고기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지만 한 점도 제대로 맛을 보지 못하는 것과 같다면 무엇에 쓰겠는가? 이 때문에 공자는 "서경" 중에서 필요 없는 글을 몽땅 들어내고 단 100편만을 취했다. 이것은 복잡하고 번거로운 것을 버리고 간결한 요점만을 얻고자 한 뜻이 있었기 때문이다. _정조대왕 "홍재전서"
어렸을 때 문장에만 정신이 팔려 가슴속에서 갑자기 기이한 문장을 한두 구절 완성하거나 이따금 사물과 마주하여 문장을 짓는 데 쓸 만한 기묘한 비유나 빼어난 말을 얻기라도 하면 종종 작은 쪽지에 기록해서 상자 속에 간직하곤 했다..... 항상 책자 하나를 만들어 ‘글 재료文料’ 라는 제목을 붙여놓고, 생각이 나면 그 자리에서 바로 기록해 두었다가 나중에 쓸 만한 글을 짓고 그렇지 않으면 그대로 둬서 뒷사람에게 넘겨주려고 했다. _홍길주 “수여방필”
구양수는 글을 지으면 가장 먼저 벽에 붙여놓고 시간이 나는 대로 고쳤다고 한다. 마지막 완성 단계에 이르러 처음 쓴 글자가 단 하나도 남아 있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또 노직은 말년에 들어서 예전에 자신이 지은 글을 많이 고쳤다고 한다. 이처럼 글 고치는 것을 싫어하지 않고 노력한다면 더 나은 글을 쓸 때 도움이 된다. _이수광 “지봉유설” 중 ‘문장 文’
김일손은 글을 지을 때 미리 마음속으로 생각해 두었다가 단숨에 써서 글을 완성했다. 일단 완성한 글은 단 한 글자도 고치지 않고 상자 속에 던져두었다. 그렇게 수개월이 지난 뒤에 글을 꺼내어 고쳤다. 그렇게 하는 이유를 물었더니 김일손은 이렇게 대답했다. "처음 글을 지을 때는 마음속에 사사로운 뜻이 있기 때문에 스스로 글의 결점과 병폐를 보기 어렵다. 시간이 흐르고 난 다음이야 공정한 마음이 생기므로 좋은 문장과 함께 그 글의 결점과 허물을 분명하게 알 수 있다." _유몽인 “어우야담”
이규보는 "다른 사람의 시에 드러난 결점을 말해주는 일은 부모가 자식의 흠을 지적해 주는 일과 같다"고 말했다. 조자건은 "사람이 쓴 글에 병폐가 없을 수 없다. 그래서 나는 항상 다른 사람이 내 글을 비평해주는 것을 좋아한다. 또한 다른 사람의 비평을 듣고 글이 좋지 않으면 반드시 고쳐서 바로잡곤 한다."고 말했다. _이수광의 "지봉유설" 중 ‘문장 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