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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ima Sep 20. 2019

가을밤

가을은 하루하루가 아까워

두런 두런 이야기하다 내가 싫다는 말을 뱉었다. 새삼스럽지 않은 사연, 그 말도 안 되는 여자 밑에서 미련하게 참던 내 모습, 뭐 이런 레파토리들, 지겨워서 말 하기조차 귀찮아지는 내가 불행했던 순간들을 국수처럼 후르륵 말아, 나는 그냥 그 때의 내가 싫다고 했다.


그가 웃었다.


그 웃음을 보자,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나갑자기 지금의 내가 몹시 마음에 든다고 했다. 씩씩하고 당당하고 이제사 할말 다하는 내 모습이 강해보인다며.


그러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지금의 너도 좋지만, 과거의 너도 좋았어. 아주 사랑스러운 류였거든. 난 그건 안 없어지면 좋겠."



가을은 하루하루가 아깝다.

혹여나 언지도 없이 매서운 바람 몰아칠까봐 아깝고 소중해서, 괜한 조바심까지 내가아껴 걷는다. 가을 공기 다 닳도록, 손 뻗어 만져가며.


하루하루 아까운 날들.

나는 이렇게 아무렇지 않은 듯, 새로운 위로를 발견해내며 살아내고 있다.


오겡끼데쓰.


아이디가 해킹을 당한 것인지 뭔지

알 수 없는 이유로 로그인 하지 못한 시간동안 (컴알못)

잊지 않고 찾아주셔서 고맙습니다.


여곡절 끝에 돌아온 브런치, 가을 바람 날아가기 전에 다시 잘 살려볼게요. 하루하루가 아까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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