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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ima Mar 04. 2018

그래, 이런 남자와 시작하라

살다보니 전현무가 남자처럼 보이는 날이 오네

지난 해 봄부터였던가.


금요일이면 엄마와 나란히 앉아 '나혼자산다'를 시청하는 것이 일주일의 마무리였다.

불금이라며 위장을 알코올로 세척하는 일은 무엇보다도 멤버들이 모두 시집 장가가는 바람에 어려운 현실이고, 또 더 이상 그렇게 시간을 보내는 것이 내 체력으로 감당할 수 없기에 굳어진 일정.


'나혼자산다'에서,

지난 주, 우주대스타 'GD'가 군대 간다는데도 그 이벤트를 실검 1위에서 밀어낸 사건이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전현무와 한혜진이 무려 사귄다는 발표였다.


누군가는 이렇게 툴툴댔다.

결혼하는 게 아닌데 무슨 이 정도의 발표인가.

애도 아니고 '사귑니다, 며칠 안 되었어요.'라는 게 무슨 중대 발표라며.


아니다.

나는 지금 이 시점에 이렇게 당당하게 '내 여자친구입니다'를 외친 전현무가 너무 멋있다.


남자의 진심은 본인이 가장 핫할때 나오고

여자의 진심은 본인이 가장 바닥일 때 나온다고 했다.


정점을 찍은 전현무가 이 분위기를 몰아

우주 최강 미녀들을 차례로 영접하며, '나야 나'를 외칠 수도 있었다. 돈도 잘 벌리고, 이제사 안정감 갖고 뱃심 생기는 '프로 중의 프로'가 되었는데 당연히 그럴 수 있다.


그런데, 그는 이 정점의 순간에 '여기가 내 여자친구입니다.'라고 전국민에게 선언했다.


남자가 가장 잘 나갈때, 지금 내 여자는 이 여자입니다!

라고 하는 일, 쉽지 않다.


 

사실, 나는 전현무가, 아니 전현무의 캐릭터를 가진 남자들을 몹시 싫어했다.

자기가 너무 소중하고, 자기애의 발현을 위해 엄청난 투자를 아끼지 않고, 말이 많고, 아는 척을 참을 수 없고.


비슷한 캐릭터로는 성시경도 있다. 전현무가 가진 웃음기를 좀 빼고 보다 더 인텔리적 면모를 강조하면 성시경인데, 이 역시 몹시 싫었다. (그들도 내가 싫을 것이다. 이런 표현은 두 분을 만나보지도 못한 사람으로서 섣불리 하기 어려운 이야기지만, '이런 남자, 저런 남자'이야기를 하는 와중에 굳이 공인을 꼽은 것이니 너른 아량으로 이해해주시길)


전현무스러운(?) 캐릭터는 내 주변에 많다. 주로 '우리 아들이 최고야.'라는 말 들으며 자란 공부 잘하는 아들들 중에는 이런 캐릭터가 꽤나 있다.


여러 가지 면모가 있겠지만, 특히 자기를 위해 꾸미는 면모가 제일 참기 어려웠다. 잘 버는 직업이든 잘 사는 집 아들이든 자기 꾸미는데 드는 돈이 많은 쪽은 같이 밥 먹기도 부담스럽다. 왜냐하면 그들은 자주 지갑을 안 가져오기 때문에.


희한한 이야기로 빠져버렸으나, 나의 요지는 이것이다.


전현무와 한혜진은 지금이 최고다.

두 사람은 내일 헤어지더라도 다가오지도 않은 이별을 걱정하며, 위축되지 말길.


오늘의 두사람은 눈물날정도로 멋있고,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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