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life

자연치유 되는 거래요

시간이 약이며 휴식은 덤

by Nima

돌아보니 반 년이 지났다.

순식간에 지나간 반 년. 아무 기억도 나지 않는다.

그냥 아침에 일어나 회사를 갔다 오길 여러번 했다.

커리어적으로는 아주 좋았다.

그럼, 나는 행복해야 마땅하다!

이렇게 생각하며, 맥주 캔 하나 사들고 집에 들어왔다.


제일 나아진 점, 그러니까 회사에서 제일 만족하는 점은

내가 내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아니, 나는 조금 더 과장되게, 5가 아프면 50이 아프다고 말하고, 10이 싫으면 100이 싫다고 말한다.

그리고 내 말은 존중 받고, 내 시도는 기대 받는다.


나는 본부장님께 유난히 대드는 모습이 되곤 하는데,

그 덕분에 사람들에게는 용기있는 여자의 아이콘이 되었다.

1년전 나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나의 모든 고난과 현재의 행복을 다 아는 선배가 말했다.


"너가 너의 진짜 모습을 보여주면서 일 하게 되니 나도 다 뿌듯하고 보람있다, 그 광년이 밑에서 매일 할 말도 못하고 참았다고 생각해봐, 이 날까지."

"고마워."

"대신 너네 본부장은 불쌍하지, 다른 데서 뺨맞고 온 애가 여기 와서 '이제 나는 참고 살지 않을 거야.'라고 하니, '내가 뭘 했는데, 엉엉'이럴 거 같아."

"하하하하."

"그니까 살살해. 그간 고생한거 다 풀었다. 보내줘라. 광년이."


오빠는 참 차분하고 말이 없는데, 그 날따라 말이 많았고, 하는 말 마다 어쩜 그렇게 맞는 소리인지 싶었다.


그렇게 다짐해 놓고도, 오늘 아침에도 본부장님께 고개를 저으며 싫다고 했다.


"그건 안 돼요."

"아니 왜?"

"누구 좋으라고요? 저 좋을 일은 아닌데요?"


나도 모르게 불쑥 뱉어 놓고, 걱정이 되었다.

그런데, 아주 우습게도, 그렇게 걱정하는 내가 너무 자랑스러웠다.


그래, 나는 이제 나를 찾고 있다.

내 생각을 이야기해도 된다.

이 말을 전혀 다르게 바꿔서 대표 앞에 1인 연극을 하던 여자와는 볼 일 없다. 싫으면 싫다, 좋으면 좋다. 실컷 말 할 수 있다. 나는 묘하게 선을 넘나들며, 내 감정을 어필하는 내가 너무 마음에 든다. 물론, 몰아서 혼날까봐 두렵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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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초였던가. 우연히 핸드폰 차단을 풀어두고, 카톡 차단을 풀어둔 그로부터 또 연락이 온다.


'뭐해'


난 이제 이 정도로 마음이 강해졌다.


'왜요 부장님.'


그는 머쓱한지 이렇게 말끝을 흐린다.


'굿나잇'


매번, '잘자'라고 해 줘야 핸드폰을 손에서 놓던 시절이 떠올라야 하지만, 나는 이렇게 되받아칠정도로 강해졌다.


'네, 부장님도 만수무강, 무병장수, 승승장구하시길.'


그는 정말 머쓱해 하며


'아, 넵넵'


이라고 대답해놓고, 분이 안 풀린 모양인지 부재중 전화를 무지하게 남겨두었다.


나는 잘 거 다 자고, 아침 출근길에 그에게 이렇게 보낼 정도로 강해졌다.


'00 영업때문에 그러시죠? 화이팅 입니다. 그런데 저희는 안 할 겁니다.'


'그거 때문아니고.'


그는 나에게 질려가고 있을 것이다. 행간에 묻어 나오는 한숨이 다 들린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나는 점점 나아지고 있다.


쉽게 낫지 않는 병이지만, 자연치유가 가능한 경우가 있다.

3달 전, 3조각 난 내 꼬리뼈 골절이 그러하다.

약도 없고 아무것도 없지만,

누워서, 쉬면서 시간을 보내면 붙는다고 했다.


산산조각 나 버린 내 마음은 요즘들어 조금씩 붙고 있다.

굳이 그를 차단하지 않아도,

그는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

아쉽지 않다고 되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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