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혜윰 Nov 04. 2021

별이 빛나는 밤

1일 1드로잉, 어린 왕자

#110일차

*2021.11.3. 10분 글쓰기*


오늘 경기도참여소통교육연구회에서 주최하는 모임에서 우치다 타츠루의 강의를 들었다. 그가 보는 한국의 가장 큰 문제는 인구감소였다. 그로 인한 급격한 지방 소멸은 일본에서 이미 진행되고 있다. 터널이 무너지고 도로가 붕괴되어도 정부는 선뜻 보수하지 않는다. 그곳에 사람이 거의 살지 않으므로 행정비용의 낭비라고 보기 때문이다. 100가구가 살았던 마을이 불과 몇 년 사이 2가구만 남은 곳도 있다. 사람이 살지 않는 지역은 야생의 영역이 침범하게 된다. 요즘 자주 등장하는 뉴스 중 하나는 멧돼지, 곰이 주택과 마을을 활보하는 소식이다. 지금까지 역사는 인구 증가에 맞춰 사회제도가 확충해왔다. 인구감소 현상은 전 세계가 당면한 전대미문의 위기다. 앞으로 어떤 변화가 생길지 경험해보지 않아 알 수 없으므로 어떤 대책을 세워야 지도 막막하다. 코로나19 펜데믹은 인간의 생활 영역과 만나지 말아야 할 야생의 영역이 경계가 무너져 생긴 예견된 비극이다. 우치다 타츠루는 앞으로 또 다른 펜데믹이 닥치기 전에 완충지대를 복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수공통 감염병은 중간지대가 없어져 인간과 접해서 안 되는 야생의 세계가 허물어져 생긴 전염병으로 또 다른 이름의 펜데믹이 발생할 수 있다. 문명과 야생의 경계를 분명하게 세우지 않으면 그 자리에 수익창출을 목적하는 기업이 횡행하게 된다. 기후위기, 글로벌 자본주의(일론 머스크의 재산이 동남아 두 개 나라의 총자산보다 많은 현실)도 연결된 문제라고 보았다. 지금 우리는 문명사적 전환기, 이행기적 혼란의 시기를 지나고 있다. 이런 위기에서는 마이너리티의 입장에 선 사람들이 생존에 유리하다. 일본에서는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귀촌 인구가 늘어가고 있는데 주목할 점은 젊은 여성들이 주축이 되고 있다. 마치 지진의 조짐이 보이면 쥐와 같은 동물이 민감하게 느끼고 도망치듯이 현명한 사람들이 삶의 지혜를 얻기 위해 귀촌을 택하는 것 같다고 했다. 우리 아이들이 자라서 완충지대를 지키는 첨병이 되어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길을 찾도록 학교는 어떤 역할을 있을까? 오늘 강의는 추상적이고 해석할 여지많은 은유처럼 들렸다. 캄캄한 밤 끝없는 모래사막을 빠져나가는 길을 찾기 위해 대상 행렬은 별을 의지했다. 학교가 아이들에게 방향을 알려주는 별이 되려면 지금 이 자리에 서 있는 나는 무엇을 해야 되는지, 오늘 하루 내가 학교에서 중요하게 여겼던 일이 무엇인지 돌아보게 되었다.


'별'이라는 이름 자체가 예쁜데 북한은 더 예쁘라고 꽃을 붙여 '별꽃'이라고 부른다. 별 하면 떠오르는 시인은 윤동주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하겠다고 다짐했던 시인은 죽어서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남겼다. 윤동주의 <별 헤는 밤>이 1941년에 쓰였으니 벌써 80년 전이다. 시인은 죽어서 자신이 올려다보았던 밤하늘의 별로 박혔을 것 같다. 시인이 그토록 사랑했던 다른 별과 함께 2021년에도 여전히 우리의 마음을 환하게 비춰주고 있다.


별 헤는 밤

-윤동주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가슴 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 마디씩 불러 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 경, 옥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아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잠',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 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스라이 멀 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

내 이름자를 써 보고,

흙으로 덮어 버리었읍니다.


딴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게외다.



별 하면 떠오르는 화가는 빈센트 반 고흐다.  고흐는 <별이 빛나는 밤> 작품 외에도 밤하늘과 별을 그림으로 많이 남겼다. 별을 동경했던 고흐가 동생 테오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이런 말을 했다.


"타라스콩이나 루앙에 가려면 기차를 타야 하는 것처럼, 별까지 가기 위해서는 죽음을 맞이해야 한다. 죽으면 기차를 탈 수 없듯, 살아 있는 동안에는 별에 갈 수 없다. 증기선이나 합승 마차, 철도 등이 지상의 운송 수단이라면 콜레라, 결석, 결핵, 암 등은 천상의 운송 수단인지도 모른다. 늙어서 평화롭게 죽는다는 건 별까지 걸어간다는 것이지."


평생 가난과 소외 속에서 정신병원을 드나들다 37살에 녹슨 권총으로 자살을 시도했고 이틀간 고통에 시달리다 죽었다. 늙어서 편하게 세상을 떠나지 못한 그가 특급 운송 수단을 타고 가장 영롱한 별에 빠르게 도착했을 거라고 믿고 싶다. 고흐는 너무 빨리 지상으로 내려와 시대를 잘못 타고난 별 그 자체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그래서 별 하면 떠오르는 노래는 Don McLean의 <Vincent>이다.  


https://youtu.be/Ooi2 yP_v9IM


하면 떠오르는 인물 어린 왕자, 어린 왕자가 살았던 소행성 B612.

생텍쥐베리의 <어린 왕자>는 1943년에 쓰였고 김광섭의 시는 1969년에 쓰였다. 세월이 전혀 느껴지지 않고 세련되었다. 클래식은 하늘의 별처럼 영원해서 언제 읽어도 마음을 크게 움직인다.


작가의 이전글 놀고 있는 햇볕이 아까운 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