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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윰 Nov 06. 2021

자유 조금 고독 약간

1일1드로잉, 명상을 통해 얻어지는 자유

#113일차

*2021.11.6. 10분 글쓰기*

자유를 주기, 자유로워지기


오늘 10분 글쓰기 주제인 자유로움을 보자 헨리 나우웬이 생각났다. 1932년 네덜란드에서 태어난 헨리 나우웬은 가톨릭 사제로 서품을 받고 신학과 심리학을 연구하였으며 30대에 예일대 종신교수가 되었다. 안식년을 맞아 페루의 빈민가에서 구호 활동을 벌이고 다시 미국에 돌아와 하버드 대학 교수로 재직했다. 6개월만 강단에 서면 6개월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해도 되는 파격적인 조건으로 하버드 교수직을 제안받았지만 자신의 사명이 다른 곳에 있다고 생각해 그만두고 지적 장애인들이 공동생활하는 라르쉬 공동체(프랑스어로 '노아의 방주')로 떠났다. 헨리 나우웬이 라르쉬 공동체 마을에 도착해 자기소개를 하는데 하버드대를 알 리 없는 발달장애인에게 자기를 뭐라고 설명할지 난감해하다가 속세의 명성이 무용하다는 것, 라르쉬 공동체에서 두터운 사회적 옷을 벗고 진정한 자기 자신으로 존재하고 쓰일 수 있었다는 일화가 있다. 자유로워지기 위해서 수자타의 그림처럼 자신이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어도 편안할 수 있어야 한다.


사람들은 대부분 자유로움을 느끼기 때문에 여행을 좋아한다. 자기에 대해 아무도 모르는 낯선 공간에서 자신을 규정하는 여러 가지 속박(가족 관계, 직업, 사회적 책임, 체면, 루틴한 일상 등)으로부터 벗어나는 기분을 느낀다. 코로나19로 여행이 금지되었고 사람들과의 만남을 갖기 어려웠던 작년에 외로움과 우울감에 시달리는 코로나블루 환자가 늘었다는 뉴스도 있었다. 여기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이지 않아도 지금 있는 자리에서 자유로워지는 방법이 있다.


오늘 오전 10시부터 저녁 6시까지 명상 콘퍼런스 2일차 일정을 함께 했다. 강연은 모두 알차고 유익해서 정성스럽게 준비한 느낌이 들었다. 오늘 발표자 가운데 수잔 카이저 그린랜드와 혜주 스님이 기억에 남았다. 수잔 카이저 그린랜드는 본업인 변호사를 그만두고 25년간 마음챙김을 연구해오고 있다. 남편과 함께 비영리 마음챙김 연구소를 설립해서 마음챙김을 널리 확산하고 있다. 오늘 강의에서 어린이를 위해 개발한 마음챙김 놀이인 inner kids 프로그램 중 몇 가지를 시연했다. 영상을 통해서였지만 그녀에게서 내면과 외면이 조화롭고 균형 잡힌 모습이 느껴졌다. 마지막 강연자인 비구니 혜주 스님은 십 년 전 미국에서 교육학 박사과정을 밟으며 마음챙김에 대해 공부했다. 왜 스님이 미국으로 명상을 공부하러 가는지 당시만 해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았는데 지금은 마음챙김을 공부하고 적용하는 사람들이 급증했다. 혜주 스님이 안내한 SEE learning은 에모리 대학의 명예 교수인 달라이 라마에 의해 시작되었다. SEE learning은 기존 SEL 프로그램에 자비와 자기 연민이 추가된 프로그램이다. SEL 초기 연구진이었던 감성지능의 저자 대니얼 골먼과 캐나다의 킴벌리 교수가 참여했다고 한다. 대니얼 골먼은 "SEE learning이 SEL의 2.0"이라고 명명했다고 한다. 혜주 스님은 내년 초 SEE learning 워크숍을 개최한다고 했다. 명상 컨퍼런스에 온 많은 교육 관련 종사자들의 뜨거운 관심이 이어졌다.


SEE learning에서는 모든 사람이 크든 작든 트라우마를 갖고 있다고 보고 회복탄력성을 기르는 마음 훈련을 중요하게 여겼다. 마음챙김은 자기 이해로부터 시작해서 타인과의 관계를 건강하게 맺는 사회적 기술, 더 나아가 전 세계가 연결되어 있다는 시스템적 사고까지 이어진다. 기후위기와 글로벌 자본주의의 극심한 빈부격차에 대항하는 시민교육 측면에서도 가치 있다. 오늘은 지금 여기 이곳에서 자유로워지는 마음챙김에 대해 생각하느라 종일 혼자 있었다. 혼자 있는 동안 이생진의 시에서 말하듯이 힘이 되고 자유로운 고독을 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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