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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윰 Nov 16. 2021

시장과 진로

1일 1드로잉, 가위

#123일차

*2021.11.16. 10분 글쓰기*

시장(도매시장, 오일장, 전통시장, 벼룩시장...)은 나에게..


우리 집에서 큰 시가지까지 나가는 길은 두 가지다. 4차선 도로에 접한 큰길이나 시장 좁은 통로를 지나서 내려가는 것이다. 큰길은 빠르지만 자동차 소음이 마음을 분주하게 만들어 시장길을 자주 이용한다. 알려지지 않은 작은 규모의 시장이지만 여러 상점이 옹골지게 들어서 있다. 백반집, 생선가게, 정육점, 건어물집, 떡집, 옷 수선, 지물포, 집수리하는 가게, 뜨개방, 옷가게, 미용실, 이발소, 고깃집, 떡볶이집, 채소가게, 족발집, 토스트집, 커피집, 빵가게, 주꾸미집, 과일가게, 분식집, 치킨집이 통로를 사이에 두고 마주 보고 있다. 동네에 오래 살다 보니 피자와 맥주를 팔던 가게가 칼국수집으로 바뀌고 치킨집이 편의점으로 바뀌는 것을 봤다. 가게 주인이 바뀌는 곳은 늘 바뀌고 나머지 가게는 오래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다. 매일 가게 문을 열고 똑같은 것들을 꺼내어 진열하고 손님을 기다리다 정리하고 늦은 밤 가게 문을 닫는 단조로운 일과를 견디는 상인들의 성실함과 묵묵함이 감탄스럽다.   


<기호 3번 안석뽕> 책으로 아이들과 한 학기 한 권 읽기 수업을 진행했었다. 부모님이 전통시장에서 떡집을 하는 안석뽕이 전교회장 선거에 얼떨결에 출마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전통시장 옆에 대형마트가 생기면서 시장에서 일하는 부모들과 그들의 자녀들이 저항하며 일어나는 에피소드들로 재미와 감동이 있다. 전통시장 상인들의 생존권과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대형마트의 편리함을 두고 토론을 벌이고 역할극을 발표하는 등 아이들과 12차시에 걸쳐 공부했었다. 마지막에는 책의 작가를 초대해 질문하고 책의 탄생 비화와 작가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나누었다. 아이들과 단체로 인근 전통시장을 탐방했고 관련된 영화도 감상하며 "시장"을 매개로 학교에서 해볼 수 있는 것은 거의 한 것 같다. 아이들은 부모님이 가졌던 꿈이 지금 하고 있는 직업으로 연결되었는지 궁금해했다.


꿈은 직업이 아니고 추구하고 싶은 가치나 삶의 스타일이라고 아무리 얘기해도 아이들은 꿈 하면 장래 직업을 연상한다. 진로교육은 의사, 변호사, 목수 등 직업을 이름표로 갖고 있는 분들을 교실에 초대해 이야기를 듣는 것보다 마을 속으로 들어가서 이뤄져야 한다. 부모님의 일터에 가서 일하는 모습을 참관하거나 생생하게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시장과 같은 현장에서 스스로 깨우쳐야 한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 중학교 진로교육으로 학생이 가락국수 가게에 와서 일하게 하는데 며칠 동안 체험하는 수준이 아니라 정직원으로 똑같은 책임과 의무를 지도록 대우한다. 학생이니까 적당히 봐주거나 반쪽짜리 사람으로 취급하지 않는 것이다. 중학생에게 자칫 과해 보이는 노동을 하고 집으로 돌아와 자기 성찰일지에 날 것 같은 그날에 대한 인상과 보고 느낀 것을 쓴다. 시장에서 채소를 파는 상인이 되어 삶에서 꿈이란 무엇이고 하루 중 가장 활발한 시간대를 채소 가게에서 보내는 일의 의미가 무엇인지 곁에서 함께 일하면서 느끼게 한다면 백 마디 말보다 가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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