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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윰 Nov 20. 2021

반려 식물

1일 1드로잉, 문샤인

#127일차

*2021.11.20. 10분 글쓰기*

집안의 식물(화분, 실내 정원) 이야기


우리 집에는 몬스테라, 문샤인, 여인초, 베고니아, 스킨답서스, 산세베리아가 있다. 이 집에 인간 외에 살아있는 것은 여섯 종류의 식물이 전부다. 어렸을 때 식물이나 동물을 키워본 경험이 없다. 자식들로도 충분했는지 부모님은 동물은 질색했고 식물도 키우지 않으셨다.


언니가 새로 이사한 집에 놀러 갔다가 근처 화훼단지에서 문샤인을 구입했다. 식물로 가득 찬 비닐하우스 안에는 화려하고 이국적으로 생긴 존재감 있는 화분들이 가득했다. 언니의 집들이 선물로 키 크고 잎이 흐드러진 식물을 고르고 포장을 기다리는 사이 달빛처럼 은은한 자태로 눈낄을 끄는 작은 문샤인이 보였다. 저 정도 사이즈면 잘못돼서 일찍 죽어도 죄책감이 오래가지는 않을 것 같았다.


잎이 3장일 때 가져왔는데 어느덧 7장이 되었다. 나중에 자란 2장은 먼저 있던 3장보다 더 길어졌고 잎들 사이에는 새끼손가락보다도 가늘고 짧은 새잎 2장이 숨어 있다. 일주일에 번 두세 바퀴 물을 휘휘 뿌려준 것 밖에 없는데 뭘 먹고 자랐을까 신기하고 기특하다. 무관심한 주인을 타박하며 이런 환경에서도 살 수 있다는 식물의 정신 승리를 보여주는 것은 아닌가 생각한 적도 있다.  


물을 너무 안 줬나 생각이 들 때쯤 물만 주 잘 자라는 식물을 보며 자신감이 조금씩 붙을수록 식물 개수도 늘어갔다.  일 년 내내 싱그러운 초록 잎을 보여주는 관엽식물들은 얼핏 보면 생명활동이 정지된 것 같다. 꽃을 피우는 종자가 아니어서 주목받을 일이 없다 보니 인테리어 소품으로 헷갈릴 때도 있다. 자세히 들여다봐야 조금씩 길어지고 있음을, 잎몸이 넓어지고 잎의 개수가 많아진 걸 알 수 있다.


시간의 흐름 속에 변하는 내 몸과 마음처럼 식물도 자신이 체감하는 시간 속에서 제 몸을 키우고 있었다는 걸 알아차린다. 식물이나 동물을 키우려면 가까이서 지켜보고 아프거나 도움이 필요할 때는 시간과 정성을 들여 돌봐야한다. 살아있는 것들은 변화와 반응을 보이며 인간에게 활력과 정서적 만족감을 제공한다. 삶의 공간과 시간을 함께 영위하며 살아간다는 의미에서 그 식물이나 동물을 반려자라고 여길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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