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화에 대해 감명 깊게 읽은 책은 아툴 가완디의 <어떻게 죽을 것인가>이다. 누구나 혼자 설 수 없는 순간이 찾아온다는 첫 이야기에 이어 모든 것은 허물어지게 마련이라는 몸과 정신의 무너짐-노화에 대해 의학적으로 설명한다.
인체에서 가장 단단한 곳인 치아의 에나멜층이 닳아가고 침 분비량이 감소한다. 턱 근육은 40%, 아래턱뼈는 20%가 약화된다. 뼈와 치아는 물러지고 혈관, 관절, 근육, 심장판막, 폐는 경화 된다. 65세에 이르면 인구의 절반이 고혈압에 걸리고 40세부터는 근육량을 잃기 시작해 80세가 되면 근육이 4분의 1 가까이 손실된다. 50세 이후 골밀도가 일 년마다 1%씩 줄고 관절염 위험에 노출된다. 손끝의 피부 신경의 능력이 저하되어 촉감에 대한 민감성이 떨어지고 운동신경이 상실되어 손놀림도 둔해진다. 장 운동이 느려지고 뇌가 줄어들어 두개골 안에 빈 공간이 생긴다. 뇌가 두개골 안에서 덜거덕거려 작은 충격에도 뇌출혈 확률이 높아진다. 판단 기능을 하는 전두엽과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가 가장 먼저 수축되어 정보처리 속도가 상당히 떨어지고 40% 노인은 치매 증세를 보인다.
한때 젊었던 것들은 모두 늙는다. 삶의 중심에서 찬란하던 사람도 노화와 더불어 삶의 주변부로 밀려나는게 수순이다. 노화는 피할 수 없는 운명이고 그 끝에 죽음이 기다리지만 노화를 개별적인 문제로 방관할 뿐이다. 우리 사회는 삶을 유지해온 능력이 무너져가는 사람들을 어떻게 도와야 할지 앉아서 보고만 있다. 미국의 의료 체계에서 분류하는 기준으로는 8가지 활동을 못하면 신체의 독립성을 잃어 요양원에 가야 된다. 화장실 가기, 밥 먹기, 옷 입기, 목욕, 외출 준비, 침대에서 일어나기, 의자에서 일어나기, 걷기. 누구나 삶을 혼자 힘으로 지탱하지 못할 때가 온다. 돈을 많이 모아서 실버타운에 들어가면 다행일까? 저소득층 대부분이 노인인 것을 기억하면 실버타운은 소수의 특권일 뿐이다.
미국에서 의사로 일하는 아툴 가완디는 현대 의학이 아주 좁은 영역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비판한다. 마음과 영혼을 유지하고 삶을 의미 있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 무관심하여 노화문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자신의 아버지가 임종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이 책을 썼기 때문에 더욱 와닿았다. 아무도 중환자실이나 요양원에서 마지막으로 만나는 사람이 낯선 의료진이길 바라지 않는다. 삶의 마지막 날이 올 때까지 자신의 이야기를 스스로 써가며 소중한 사람들과 의미 있게 마무리하고 싶을 것이다.
우리는 오래 건강하게 사는 것 이상의 욕구가 있다. 노화의 과정에 속수무책으로 끌려가지 않고 나를 나답게 만드는 개성을 유지하며 마지막까지 삶의 결정권을 가지길 원한다. 초고령사회로 진입한 우리나라도 더 이상 '틀딱', '라테는말이야'로 비하하는 혐오발언으로 세대갈등의 늪에서 허우적댈 것이 아니다. 인간의 존엄을 지키면서 어떻게 자연현상인 노화를 맞이할 것인가 폭넓게 고민해야 한다. 우리 모두는 늙고 죽게 마련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