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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윰 Nov 25. 2021

마지막 서점

1일 1드로잉, 티슈 곽

#132일차

*2021.11.25. 10분 글쓰기*

좋아하는 서점


걸어서 30분 거리에 반디앤루니스가 있었다. 지하철 역과 연결되는 지하 2층에 오랫동안 자리 잡아서 우리 동네의 이정표 역할을 했다. 약속 시간이 어중간할 때면 반디앤루니스에서 책을 구경하고 그 안에 있는 문구점에서 필기구를 샀다. 남동생의 결혼 축하 카드를 구입한 곳도 거기였다. 영국은 수백 종류의 카드를 판매한다고 들었다. 생일 1주년,  2주년, 3주년,, 나이마다 축하 카드가 있고 옆집 아저씨가 다리를 다쳤을 때 위로하는 카드, 첫 생리 축하 카드 등 세분화되어 있어서 카드를 골라서 자기 이름만 사인해서 주면 된다고 한다. 이건 무슨 요상한 문화인가 싶어 정 없어 보였는데 축하나 위로의 인사를 전하는 글을 쓰기 위해 도입, 전개, 결말의 말들을 늘어놓지 않고 가볍게 핵심만 전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유쾌해 보였다.


코로나19와 함께 반디앤루니스는 폐업했고 그 자리에 영풍문고가 들어섰다. 동네 주민 입장에서 별 차이 없는 변화였다. 프랜차이즈 서점들의 비슷한 운영체계가 문제인 건지 간판 빼고 뭐가 달라졌는지 못 알아보았다. 실물 서점은 쇼핑으로 비유하면 쇼룸 같은 곳이 되었다. 사람들은 옷이나 신발을 백화점 매장에서 입어보고 어울리는지, 사이즈가 맞는지 확인만 하고 구입은 집에 와서 앱에서 최저가를 검색해서 사는 경우가 많다. 서점은 포인트를 적립해주긴 하지만 책값을 정가 그대로 받으므로 10% 할인해주는 온라인이 좋다. 온라인에서는 당일 배송되고 늦어도 다음 날이면 책을 받을 수 있어서 성질 급한 사람에게도 단점이 없어 보인다. 오프 매장인 서점과 온라인 구매의 장점을 모두 이용할 수 있는 나우드림, 바로드림 같은 서비스도 있다. 책을 구경하다가 마음에 들면 앱으로 결제해서 할인받고 택배를 기다릴 필요 없이 그 자리에서 책을 가져가는 것이다.


이쯤 되니 은행 점포가 문을 닫고 배달앱이 성행하는 이유를 알 것 같기도 하다. 책 구입 역시 온라인으로 대거 이동했고 동네 서점들은 사라진 지 오래다. 약속 장소나 시간 때우기 좋은, 교통 편리한 곳에 위치한 대형 서점 말고는 카페를 겸한 특색 있는 서점들만 살아남았다. 이제는 종이책을 구입할 것인가 e북을 구입할 것인가 하는 또 하나의 고민이 늘었다. e북은 종이책보다 저렴하고 책을 무겁게 들고 다닐 필요 없이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어딜 가든 수백 권의 책을 거뜬하게 담을 수 있다.


전자책은 음성지원도 되어 밤에 잘 때 취침 설정을 해놓으면 잠들 때까지 읽어준다. 코로나19로 지역 도서관이 문을 닫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지역 도서관도 전자도서관을 운영하며 전자책을 예전에 비해 상당히 많이 구비해놓았다. 전자도서관에서 전자책을 대출해서 읽어보고 마음에 쏙 들면 소장용으로 구입하는데 그때마다 e북으로 살까 충동이 일어난다. 비좁아지는 책장이 생각나고 미니멀리스트를 지향하고 싶은 마음에 이참에 무거운 책들을 정리하고 e북으로 갈아타고 싶은 유혹이 드는 것이다. 책 읽는 사람은 줄어들고 웹툰이나 동영상을 만들고 즐기는 사람들이 대세인 것까지 생각하면 "서울의 마지막 서점이 문을 닫았습니다." 하는 뉴스를 보게 되는 날이 조만간 올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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