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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윰 Dec 02. 2021

버리고 들일 것들

1일 1드로잉, 쓰레기통

#139일차

*2021.12.2. 10분 글쓰기*

올해 안에 버려야 것들


올해 안에 옷을 버려야 한다. 비싸게 샀다는 이유로 언제라도 한 번은 입고 버리자며 장롱에 정성껏 걸어둔, 이제는 안 맞는 옷을 버리고 싶다. 장롱 행거에 옷이 잔뜩 걸려있으니 무슨 옷이 있는지 찾기 어렵고 점점 열어보지도 않았다. 서랍에는 내 연령대에 어울리지 않는 옷이 가득하다. 자주 입는 옷은 서랍 앞 쪽에 있는데 쪽에 빽빽하게 들어찬 옷들 때문에 무거워진 서랍이 불편했다. 서랍 아귀를 맞춰 조심히 열고 닫으며 어둠 속에 도사린 옛날 옷들의 존재가 성가셨다. 설레지 않으면 버리라고 했는데 목적 없는 욕심으로 부둥켜안고 있는 내가 우악스러워 보였다.


올해 안에 버리고 싶은 습관이 있다. 체중계 앞을 스쳐 지나가는 습관, 먹기 쉽고 입맛이 길들여져 채소보다 탄수화물로 채워진 식습관, 다른 것들은 하나 둘 제자리로 돌아오고 있는데 코로나 때문에 정지한 운동만 재등록을 하지 않는 것처럼 선택적으로 망각하는 습관, 나 자신과의 시간인 산책과 글 쓰는 일을 후순위에 두고 숙제처럼 여기는 습관, 부모님께 말하지 않아도 내 마음을 알고 계실 거라 믿고 안부전화를 건너뛰는 습관, 나 자신보다 상황과 주변 사람을 위해 말하고 상대가 원하는 대로 맞춰 행동하는 습관, 어쩌다 생기는 부정적인 일을 오래 기억하는 마음의 습관, 책 쓰는 일을 차일피일 미루는 습관, 읽고 싶은 책은 늘어가 책장이 꽉 찼는데 학교 업무를 핑계 삼아 읽을 시간을 애써 만들지 않는 습관을 버려야 한다.


관성의 힘에 약한 인간의 습성을 고려할 때 안 좋은 습관을 버리는 것보다 새로운 습관을 들이는 것이 생활 개선에 효과적이라고 한다. 고로 나는 좋은 습관으로 매일 나를 위해 글을 쓰고 산책하며 내 안의 아티스트와 만나는 시간을 최우선에 둘 것이다. 일이 아무리 많아도 책 읽는 시간을 사수하여 영혼이 고갈되지 않도록 부지런히 나를 지킬 것이다. 부모님께는 날짜를 정해서 주기적으로 전화해 쓸데없이 마음이 무거워지지 않을 것이다. 심신 일원론을 믿는다고 하면서 몸의 정직한 요구를 무시하는 언행불일치를 멈출 것이다. 후회하거나 눈치 없다는 소릴 듣더라도 나 자신으로부터 출발한 생각과 말을 하려고 용기 낼 것이다. 장롱과 서랍을 여유롭게 사용하고 옷의 소유에 얽매이지 않을 것이다.


활동을 거의 하지 못했는데 이름이 올라가 있는 모임 두 곳을 탈퇴했다. 4년째 소속되어 있었으나 역할이 별로 없었던 남은 한 곳도 나올 생각이다. 경영학 이론에서 나왔다는 "선택과 집중"이 삶의 경영에도 필요하다. 모두를 만족시키는 것은 불가능하고 바라는 것을 전부 가질 수 없는 게 상식이다. 새해에는 맺고 끊지 못했던 일들을 모으고 치워서 질서있게 정돈할 것이다. 산만했던 집과 내 생활 반경도 단조롭게 정리하고 싶다. 존재가 소유를 압도하는 사람이 되어 언제든 기회가 왔을 때 바로 떠날 수 있는 가볍고 자유로운 상태를 유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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