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는 일마다 잘 안됐다. 항상 고민하고 계획하고 노력했지만 결과가 좋지 않았다. 그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 오랫동안 공들였던 일이 있었다. 코로나 2년 만에 십수 년 바쳐온 그 일의 마침표를 찍게 된 날부터 그는 서서히 그리고 완전히 무너졌다. 우물 속을 들여다본 적 있는가? 절망의 우물에 빠져 맥없이 고개를 든 얼굴과 마주해 본다면 모든 것을 잃은 자의 참혹함이 무엇인지 단박에 알게 된다.
그 사람을 끌어올릴 두레박 따위 보이지 않았다. 위로가 서툰 나는 그저 곁에 있어주려고 했다. 그가 고통의 말을 꺼낼 때 이야기를 들어주고 그 심정을 이해해보려고 짐작했다.
빠져나오는데 오래 걸릴 거라고, 밥은 먹었는지 아픈 데는 없는지 잠은 좀 잤는지 아기처럼 그저 몸의 휴식을 챙겨주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손바닥만 한 하늘에도 비는 내리고 구름이 흘러가고 해도 비쳤다. 작은 방에서 나오지 못하던 그는 살기로 선택했고 눈물을 훔치고 세상 속으로 다시 들어갔다.
그렇게 새로 들어간 회사. 한 달이 채 안되어 일이 생겼다. 회사 동료에게 상스러운 욕을 장시간 들었다. 일방적으로, 무방비상태에서, 그 어떤 오해의 단초도 제공하지 않았으면서. 그 직원에 대해 조심하라는 주의는 미리 들었지만 실제 상황에선 도움이 되지 않았다. 전화기 너머 그의 상기된 얼굴과 모멸감이 보였다. 화 조차 내지 못하는 그를 위해 크게 흥분하고 알고 있는 모든 욕을 총동원해서 대신 화를 내줬다. 그리고 꼭 짚어줬다.
"너 잘못 아니야, 너는 단지 그 자리에 있었을 뿐이야. "
오늘은 황칠나무 잎을 그렸다. 색칠하던 중 그의 전화를 받았다. 오늘 일을 기억하기 위해 마저 완성하지 않겠다.그가 쓸쓸하고 아프고 힘들 때 들어갈 수 있는 마음의 방을 여럿 만들어서 언제든 문을 열고 들어가 쉴 수 있기를 바란다.그러기 위해 온 우주에서 너와 나 단 둘 만 있는 기분이 들 정도로 집중해서그의 상처를 들어주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