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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들마편초

by 혜윰

#62일차

버들마편초

버드나무는 들어봐서 버들까지는 익숙한데 마편초? 아편은 들어봤는데 마편?

마편초馬鞭草, 말 마, 채찍 편, 풀 초

말을 채근하는 채찍을 닮아서 붙여진 건가 싶었는데 버들잎을 닮아 버들마편초라고 이름 붙여졌다고 한다.

멀리서 보면 꼭 라벤더같다. 라벤더는 키우기 까다롭지만 버들마편초는 키우기 쉬워 라벤더의 대안으로 선택하기 좋다. 버들마편초는 인기 있고 성질 까칠한 주연을 대신하는 조연이나 스턴트맨 같은 꽃이다. 매우 작은 꽃이 송골송골 모여 한 무더기의 보라색 꽃 무더기가 여기저기 숭덩숭덩 피어있다. 그 가장자리에 기다란 목이 꺾여 인도로 삐죽 튀어나온 시들어가는 버들마편초를 주웠다. 꽃송이로 청춘을 펼치지 못하고 유명을 달리한 버들마편초는 볼수록 채찍의 끝처럼 생겼다.


언제나 꺾여서 떨어진 것들을 주워 그리다보니 쓸쓸한 뒷모습, 시들어가는 생명, 임종의 순간을 떠올리게 된다. 남편과 둘이서 누가 먼저 죽게 되면 남은 사람이 어떻게 할지 이야기 나눈 적 있다. 남편은 내가 먼저 죽으면 갈무리해주고 본인은 산속 깊은 곳으로 들어가서 곡기를 끊겠다고 했다. 나는 믿지 않았다. 보통 여자의 수명이 남자보다 길다고 하니 남편이 먼저 죽을 것 같다고 했다. 그렇다면 자신을 몽골의 대초원에 버려달라고 했다. 새들이 뜯어먹어 없어지게 조장을 해달라는 것이다. 그럼 비행기로 특수화물을 운송해야 하는데 그 과정이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먼 미래에 올 일인 것처럼 대화는 시시하게 끝났다. 어쩌면 너무 많은 죽음을 뉴스에서 접하며 무덤덤해진 것일지도 모른다.


작년 코로나19로 쌓여가는 시신을 병원에서 수용하지 못해 냉동탑차에 실어 두었던 뉴욕이나 공터에서 화장하던 생지옥 같던 인도의 풍경을 기억한다. 사랑하는 가족의 마지막 순간을 지키지 못하는 일들도 비일비재했다. 병원에는 코로나19 시신을 처리하는 '장의 매뉴얼'이 있다고 한다.


들것에 시신 백을 펼친다.

시신을 시신 백으로 옮기기

시신 백 안의 방부제 팩을 오픈

시신 백 밖 네임 태그에 환자 정보 기입

시신 백의 외관에 소독제를 분무하여 소독

시신 백의 커버를 닫은 후 소독제를 분무하여 소독

들것에 시신 백을 싣고 건물 밖으로 이동. 소독제를 가지고 이동

1층 건물 앞으로 이동하여 시신 백에 소독제를 분무하여 소독

(앞으로 올 사랑, 정혜윤, 2020)


지나온 추억과 앞으로 올 가능성을 간직한 채 아무리 노력해도 전부를 알기 어려웠던 한 인간의 삶이 위험한 물건처럼, 바이러스의 숙주로 간단히 분류되고 기계적으로 마감되는 것에 이제는 무뎌진 것 같다.

죽을 사람 죽고 살 사람 알아서 살자고, 코로나19를 독감처럼 대하자는 말이 나오고 있다. 한 편에서는 또 다른 코로나가 나타나고 그 주기도 짧아질 거라고 이야기한다. 무엇이 중요하고 옳고 그른지 생각할 여유 없이 우선 안전한 곳을 찾아야 할 것 같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이 커질수록 모든 것을 의심하게 되거나 한탕주의자로 전락할 수 있다. 코맥 매카시의 소설 <로드>가 현실이 되는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

전 지구적 재난으로 종말을 맞은 세계에서 살아남은 소년과 아버지가 굶주림과 추위, 식인 부랑자 무리를 피해 호신용과 자살용이 될 수 있는 총알 두발이 장전된 권총 한 자루에 의지해 남쪽 바다를 향해 길을 떠난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기대 황량한 땅에서 자신들과 같은 '좋은 사람들'을 찾겠다는 희망을 간직며 수많은 역경을 이겨나간다.


그렇다. 언제나 잃지 말아야 할 인간적인 면모는 지금보다 나아지리라는 부질없는 소망을 간절히 품는 것이다. 브라질, 아르헨티나의 남미가 원산지인 귀화 식물 버들마편초의 꽃말은 "당신의 소망이 이루어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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