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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윰 Sep 24. 2021

1일1드로잉

화과자

#70일차

오랜만에 화과자를 본다. 화과자는 자기가 먹으려고 사는 음식이 아니다. 상대에 대한 마음씀을 말 대신 표현하기 위한, 말하자면 태생부터 선물용이다. 고운 색과 정교한 모양을 만들어내려고 얼마나 치대고 찌고 빚었을까. 언제부턴가 화려하고 빛나는 것을 보면 그 뒤편에 보이지 않는 노동이 함께 따라 나와서 불편해졌다. 잘 차려진 밥상을 대접받으면 여기에 바쳐진 시간과 노동과 재료들의 무게가 느껴진다. 내가 저것을 씹어 삼키고 그만큼의 값어치를 할 수 있을까. 마땅한 보상의 정도를 알 수 없어 식욕보다 부담이 앞선다. 저 앙증맞은 것 만드는 노동을 빼내어 개떡을 양껏 만들면 많은 사람이 편하게 흡족하게 배불리 먹을 수 있을 텐데.. 이 무슨 21세기 IT강국에 사는 사람이 조선시대 이름 없는 민초들을 걱정하는 감수성이란 말인가.


가을의 중심으로, 계절은 무거워져 가는데 아이들은 나비처럼 팔랑거리며 교실로 들어온다.

꽃 같은 아이들이 마스크를 하고 자기 자리로 날아가 앉는다.

오늘 아침 저 아이들을 씻기고 입혀서 보냈을 부모님이 보인다.

잠에 취한 아이들 일으켜 세워 곱게 머리 빗겨주고 밥 차려주며

선생님 말씀 잘 듣고 공부 열심히 하라고, 친구랑 싸우지 말라고 하셨겠지.

부모의 손길로 말끔해진 아이들이 학교에 와서 새 날을 맞이한다.


엊저녁 몸 아픈 엄마가 배웅해준다고 복대를 차고 지하철 역까지 따라왔다. 또 올게,엄마. 기약 없는 약속을 하고 뒤돌아 뱀처럼 기다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지하로 내려갔다. 이제 가셨겠지. 돌아보니 엄마가 출입구에서 지켜보고 있다. 뒤 보면 다친다고 얼른 앞을 보라고 재촉하신다. 뱀의 몸통을 지날 때 다시 돌아보니 둥근달처럼 엄마 얼굴이 떠있다. 내가 사라져 안 보일 때까지 엄마는 그 자리에 있을 모양이구나. 뒤에 있는 엄마를 의식해 씩씩한 걸음으로 마저 내려갔다.


"아이고, 아까운 것 너를 거둬서 다시 집으로 데려오고 싶어." 엄마는 결혼해서 남들 다 하는 고생을 막내딸만 한다고 생각한다. 엄마가 걱정할까 봐 친정 갈 때는 가지고 있는 것 중 제일 좋은 옷, 제일 좋은 신발을 신고 간다. 자식들 모두 떠나 빈 집에 남은 두 분의 적적함을 떠들썩한 소리로 채우려고 목소리는 한 톤 높이며 마음을 벼른다. 친정에서 별로 안 웃기는 일도 소리 내어 들이웃다. 경쾌하게 웃는 딸을 보면 부모님 시름도 덜어지겠지. 그러다 보면 눈물이 찔끔, 명절에 찾아와 소란스러웠던 자식들 떠나면 좁은 집 공백이 크게 남을까 또 마음이 쓰인다.


세상에서 가장 아까운 딸이라 생각하는 엄마가 내 뒤에 있다. 매일 잘 되라고 기도하는 엄마 아빠가 뒤편에 있는 선생님과 드넓은 세상에서 꿈꾸며 자라라고 젊음을 바치는 부모를 뒤편에 둔 아이들이 매일 교실에서 만난다. 우리는 그렇게 보물처럼 단단하고 소중한 인연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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