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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윰 Oct 28. 2021

행복은 빈도

1일1드로잉, 세상의 모든 음악

#104일차

*2021.10.28. 10분 글쓰기* 

모든 꿈이 이뤄져 행복한 날(상상으로)


라디오 주파수가 항상 같은 곳에 고정되어 있다. 매일 퇴근 무렵 FM 93.1 채널에서 <세상의 모든 음악 전기현입니다>를 듣는다. 하루의 피로를 보상받는 기분이다. 나긋나긋한 진행자의 목소리가 편안하다. 언제나 "오늘 하루도 수고 많으셨습니다."로 시작하는데 정말 하루 동안의 수고를 알아주고 인정받는 기분이다. 좋은 점을 말하자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광고가 없어 좋다. '세상의 모든 음악'이라는 제목처럼 제3세계 음악을 소개해주어 다양한 음악을 알 수 있어 좋다. 좋은 시, 마음에 담아 둘 만한 이야기도 가득하다. 근본적인 것, 정신적인 것에 대한 글을 들려주어 지긋지긋한 일에 치여서 바닥으로 고꾸라진 마음을 일으켜 세운다. 하루 종일 중요하지 않은 것들에 시달려 스스로가 하찮아 보이는 시간에 담백한 위로를 건넨다.


행복은 사실이 아니라 태도에 있다. 꿈이 이루어지지 않아도 행복할 수 있다. 어디선가 행복은 밀도가 아니라 빈도라는 말을 듣고 마음에 간직했다. 그때부터 거대한 함선처럼 위풍당당한 행복을 기다리느라 수동적으로 앉아있지 않았다. 작은 조약돌을 줍듯이 행복을 발견하면 호주머니에 담고 있다. 엷게 자주 느끼는 행복이 내 마음의 호숫가에 안개처럼 드리워져 있다.


아이들이 쓴 투명하고 꾸밈없는 글을 읽을 때 행복하고 교실에서 서로를 돌보고 챙겨주는 모습에 뭉클한다. 매일 저녁의 라디오가 행복하고 일요일 오전에 느긋하게 마시는 까페라떼, 낙엽이 가득해 푹신한 길 위를 밟는 소리, 늦은 오후 고궁을 산책할 때의 쓸쓸한 풍경, 두 손 꼭 잡고 가는 노부부의 뒷모습이 행복하다. 퇴근하는 길에 네댓 살 된 곱슬머리 여자 아이를 종종 본다. 어린이집 가방을 한쪽에 맨 엄마와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언니가 항상 동행하고 있다. 아이는 한 손에 젤리 봉지를 들고 한 손으로는 젤리를 꺼내 먹으며 오는데 마주치는 사람마다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젤리를 꺼내 건넨다. 코로나19에 마스크를 쓰고 있어도 고사리 손으로 권하는 젤리를 받지 않을 수 없다. 나누는 기쁨을 아는 어린아이를 만나는 것도 행복이다. 


오늘 10분 글쓰기 주제는 "모든 꿈이 이뤄지다"였다. 

'꿈'은 실현하고 싶은 희망이다. 가능성이 아주 작거나 전혀 없는 것이다. 그런 꿈이 빠짐없이 전부 다 이뤄진다니 믿을 수 없고 가슴이 벅차서 눈앞이 하얗게 보일 것 같다. 가슴이 터지다 못해 몸이 폭발해서 나노 단위 입자로 흩어져 세상에 흡수되거나 빛으로 변해버릴 것 같다. 다음 페이지를 넘길 수 없는, 이야기가 끝나버린 느낌이다. 이 세상에서 마지막 숨을 내뱉을 때 "모든 꿈이 이뤄졌다"라는 말을 남기면 근사할 것이다. 묘비명 후보에 넣어놔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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