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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윰 Oct 30. 2021

나는 글잡이

1일 1드로잉, 노트북

#105일차

*2021.10.29. 10분 글쓰기*

오래 연구하고 싶은 주제


생활이 글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 백일이 넘도록 아침에 일어나 공책에 의식의 흐름대로 내달리는 글을 쓰며 하루를 시작했다. 출근하러 현관을 나서기 전 오늘의 10분 글쓰기 주제를 찾아보고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는다. 학교의 일과로 바쁘게 지내는 동안 글쓰기 주제는 머릿속에서 완전히 지워진다. 퇴근하면 라디오에 나오는 말소리를 친구 삼아 저녁을 해 먹고 치우고 설거지한다. 책상 앞에 앉아 노트북을 열면 그제야 오늘의 주제가 생각난다. 지금의 나로서 연구하고 싶은 주제는 글이다. 


책을 많이 읽지 못했고 글에 대해 남다른 감각이 있는 것 같지 않다. 12년 학교생활 가운데 그 흔한 글쓰기 상 하나 기억 남는 게 없는 걸 보면 소질이 있다고 말할 수도 없다. 지금 쓰는 글은 문학도 아니고 에세이도 아니고 그렇다고 일기도 아니다. 기승전결, 글의 구조나 흐름을 계획하지 않고 무식하게 주제로 곧장 달려들어 그저 쓰기만 한다. 직장인이 퇴근 후 조금 쉬는 저녁부터 자정 전에 글을 올리려면 찬찬하게 생각할 틈이 없다. 퇴고는 언감생심이다. 어쩌면 빈틈 많고 모자란 글에 뻔뻔해지고 아쉬움을 내려놓는 연습만 하고 있는 건지 모른다.


무쇠가 칼이 되려면 세 단계를 거친다. 쇳덩이는 불에 달궈지는 단야, 갈고닦아 표면을 반질반질하게 하는 연마 그리고 마무리를 거쳐 칼이 된다. 좋은 칼이 되려면 좋은 쇠를 구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쇠를 두들기고 고온의 불에 담금질한 다음 날을 세우고 광을 내는 과정을 여러 번 거쳐야 오래 사용할 수 있는 칼이 된다. 칼이 녹슬고 무뎌지는 이유는 칼 속에 있는 공기구멍에 습기가 차기 때문이다. 장인은 공기구멍을 남기지 않기 위해 칼을 두들기고 담금질하는 단련을 수없이 반복한다. 이 과정을 소홀히 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칼의 생명력이 정체된다.   


매일 글을 쓰는 지금은 불에 마구잡이로 달궈지는 중인 것 같다. 연마단계로 들어가려면 한참 남았다. 타고난 좋은 쇠가 아니라면 칼이 되는 과정을 성실하게 따르는 노력이 필요하다. 조금이라도 쓸만한 칼이 되기 위해 매일 글 쓰는 일을 오래 하고 싶다. 칼을 잘 쓰는 사람을 낮잡아서 칼잡이라고 부른다. 글을 잘 쓰는 사람은 글잡이가 되려나? 스스로를 낮춰 글잡이라고 부른다면 자기를 내세우지 않는 겸손의 표현으로 용인될까? 


자기 비하만 아니라면 나는 글잡이가 되고 싶다. 글잡이가 되어 마음챙김, 회복적 서클, 애착이론, SEL 등 지금 공부하고 있는 것을 글로 써서 교사와 학교 생활, 아이들의 세계를 재밌고 유려하게 담아내고 싶다. 헨리 나우웬은 <상처입은 치유자>에서 삶으로부터 받은 상처는 다른 사람을 치유할 수 있는 힘이 된다고 말했다. 상처를 극복해가는 과정에서 얻은 배움을 글로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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