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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나B Aug 15. 2021

만두에서 엄마 냄새가 난다

내 소울 푸드


엄마가 직접 만들어준 만두가 냉동실에 아직 남아있었다. 쉽게 먹을 수 없는 엄마의 손만두가 아까웠다. 겨울과 봄이 가고, 여름이 오도록 다 먹지 못했다. 


"아무리 냉동실이라도 이렇게 오래 있어도 괜찮을까?"


그래도 절대 버릴 수 없다. 이 만두를 만들기 위해서 우리 엄마의 손이 얼마나 많이 갔는지 너무 잘 아니까.


밀가루 반죽은 미리 만들어서 숙성시켜놓았겠지. 집 김치를 면포에 넣어서 온몸으로 눌러 물기를 짜내어 다지고, 두부, 돼지고기, 당면 등 갖은 재료를 함께 넣어서 만두소를 만들었겠지. 그걸 연한 분홍빛의 플라스틱 바구니에 담았을 거야. 부엌 벽에 걸린 큰 달력을 내려서, 지나간 달을 여러 개 뜯고, 안에 있는 넓은 쟁반들을 꺼내어, 그 위에 달력의 흰 뒷면이 오게 깔았겠지.

준비된 것들을 방 안으로 가져가서, TV를 켜고, 언니와 둘이 만두를 만들기 시작했을 거야.

반죽을 뚝뚝 잘라서, 밀가루를 살짝 묻혀 반죽기계에 넣고, 알맞은 두께와 길이가 되도록 다시 넣기를 반복했겠지. 주전자 뚜껑으로 내리눌러 동그란 만두피를 만들었겠지. 손 위에 만두피를 올리고 오래된 은색 숟가락으로 만두소를 퍼올렸을 거야. 언니는 오므리기 어렵다고 살짝, 엄마는 많이 넣어야 맛있다고 꾹, 눌러 담아냈겠지. 만두피를 오므려서 검지와 엄지로 꼭꼭 눌러서 닫고, 동그랗게 오므려서 만두가 완성되었을 거야. 

다리가 저리고, 어깨와 목이 아플 만큼, 이 과정을 아주 여러 번 반복해서, 모든 쟁반에 만두가 가득 차야만 끝이 났겠지.


어린 시절, 가족들과 만두를 많이 빚었다. 몇 시간 동안 앉아서 만두를 빚는 게 너무 힘들어도, 나는 만두가 정말 좋았다. 언니들은 안 빚고 안 먹겠다고 했고, 나만 빚어서 먹고 싶다고 했다. 구부린 아빠 다리 아래의 발가락을 꼼지락거리며 열심히 만들었다.


이제는 부모님과 따로 살아서 같이 만두를 빚을 일이 없다. 연초에 집에 가니, 이미 엄마가 언니랑 만두를 다 만들어 놓았다. 전과 달리 완성된 만두를 먹기만 하니까 기분이 이상했다. 내가 성인이 되어서 가족들과 함께 살지 않는다는 게, 새삼 실감 났다.


몇 날 며칠, 여러 끼니 만두를 실컷 많이 먹었다. 그러고 나서도 엄마가 싸주는 만두를 덥석 받아서 서울로 돌아왔다. 그렇게 멀리 강원도에서 온 내 소중한 만두였다. 오래되어 상했을지라도 버리지 않고 다 먹고 싶었다.



찜통에 만두를 넣고 물이 끓자, 부엌에 만두가 익는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30분 정도 흐르고 뚜껑을 열자, 뜨거운 김이 쏟아져 나왔다. 만두에서 엄마 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내 새끼에게 맛있는 걸 먹이기 위해서 땀 흘린 엄마의 냄새.


엄마를 생각하면, 부엌에서 요리를 하는 뒷모습과 음식 냄새가 함께 떠오른다. 엄마는 매일 아침 도마에 칼질하는 소리로 나를 깨우곤 했다.


‘탁- 내 새끼, 탁탁- 맛있게 많이, 탁- 먹어야 하는데-탁탁탁-’


뜨거운 만두를 꺼내서, 후후- 불어가며 간장에 찍어 먹었다. 접시 위, 만두 여섯 개가 금방 사라졌다. 엄마의 손만두를 먹으면, 마음 깊은 곳까지 따뜻해진다. 이런 걸 소울 푸드라고 하는 걸까? 소울 푸드의 정의가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영혼을 어루만져 주는 음식을 말하는 거라면, 내게는 엄마의 손만두가 그렇다. 언제나 나를 위로하는 음식이다.


냉만둣국

더운 날에 먹기 좋은 냉만둣국.

폭염에는 냉만둣국이 제격이다. 마트에서 냉면 육수를 사 와서, 냉동고에 살얼음이 낄 정도로 넣어놓았다. 찐만두는 미리 준비해서 식혀두면 더욱 좋다. 시원한 냉면 육수에 찐만두를 넣고, 집 김치와 오이를 썰어서 삶은 계란과 올렸다. 낯선 냉만둣국일 수 있지만, 여름 별미다. 다른 양념은 일채 하지 않아도 충분히 맛있다.


떡만둣국

오리지널의 맛 뜨끈한 떡만둣국

냉동 만두와 떡이라서, 물이 끓기 전에 미리 넣었다. 안 그러면 모두 터져서 만두의 형체를 찾기가 힘들다. 국물은 다시마 육수에 다시다를 살짝 넣었다. 간장, 파까지 조금 넣고, 마지막으로 계란을 풀었다. 말이 필요 없는 맛이다. 냉만둣국에는 없는 쫄깃한 떡의 식감이 좋았다.


어떤 요리를 해 먹어도, 엄마 손만두는 참 맛있다. 그렇게 조금씩 먹다 보니까, 한 봉지 가득하던 만두가 딱 한 끼 먹을 만큼만 남았다.



오래된 만두니까 얼른 먹었는데, 막상 다 먹어가니까 아쉽다. 내 소울 푸드가 사라져 간다. 그래도 마지막까지 열심히 먹자. 엄마의 냄새가 몸안 가득 차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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