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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나B Oct 16. 2021

브런치를 먹으면, 우아해지는 기분이야

이름부터 있어 보이잖아.


나는 아직도 '브런치'라는 말에 설렌다. 브런치는 노릇하고 달콤하게 구워진 팬케이크나, 베이컨, 스크램블 에그, 샐러드 혹은 샌드위치나 소시지, 과일 등을 예쁘게 담는다. 냄새가 강하지 않고, 음료와 깔끔하게 먹을 수 있다. 거기에 브런치를 파는 식당은 대게 분위기도 좋다. 예쁘고 맛있는 브런치를 먹으며 커피를 한 잔 마실 때면 한껏 여유로움에 취한다. 


'우아한 여유를 즐기는 돈을 버는 어른이란 이런 기분일까?'


이 느낌은 브런치가 여러 나라로 퍼지면서 바뀌게 된 이미지와 비슷하다.


'브런치'는 블랙퍼스트(breakfast)와 런치(lunch)의 합성어이다. 브런치는 영국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영국에서의 브런치 의미는 아침 겸 점심으로 간단히 먹는 음식이다. 브런치가 미국으로 넘어오면서 간단한 식사가 아닌 상류층들이 먹는 비싼 음식의 의미로 바뀌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는 그 의미가 그대로 유지되었다. 불과 20년 전만 해도 한국의 브런치는 가까이하기 어려운 음식 중에 하나였다. 호텔에서나 맛볼 수 있는 음식으로 시작했다가 현재는 일반인들도 자연스럽게 즐길 수 있는 음식으로 바뀌었다. 이렇게 바뀔 수 있었던 건 커피전문점 덕분이다. 커피전문점에서 커피뿐만 아니라 각종 음료와 브런치를 같이 판매하면서 일반인들도 즐길 수 있는 음식으로 만든 것이다.


내 첫 브런치는 오래된 고향 친구와 함께였다. 친구와 나는 가끔 대학로에서 공연을 같이 봤다. 그런 날들 중 일찍 만나게 된 날이었다. 맛집을 찾아보다가 브런치 전문 식당을 가게 됐다. 사람들이 많지 않아서, 운 좋게 2층 창가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음료는 똑같이 아이스 아메리카노로, 메뉴는 각자 마음에 드는 걸로 골랐다. 


나의 첫 브런치


은색 그릇에 감자튀김과 바게트, 소시지, 베이컨, 달걀 프라이, 샐러드가 예쁘게 담겨 나왔다. 달콤, 짭짤, 고소했다. 학교 급식을 같이 먹던 친구와 브런치를 다니 기분이 간지러웠다.

신선한 브런치와 커피를 마시며 밖을 봤다. 하늘은 맑고, 바람은 산들산들 불어서 머리카락을 스쳤다. 세상이 맛있었다. 양이 적을 것 같았지만, 막상 천천히 다 먹고 나니까 기분 좋게 배불렀다. 


그 이후부터 다른 이들과도 브런치를 즐겨먹었다. 가까운 카페는 물론 유명한 브런치 카페를 찾아가서 먹기도 했다. 샐러드 외에도 팬케이크, 오픈 샌드위치나 에그 베네딕트도 맛있었다. 배부르게 먹어도 속이 부대끼지 않고, 소화가 잘 됐다. 오랜만에 만나서, 천천히 편하게 먹으며 수다를 떨기에도 좋은 메뉴다. 


다양한 브런치


친구가 내 집에 처음으로 자고 가기로 한 날이 있었다. 저녁은 밖에서 먹고, 간단한 안주거리를 사 와서 먹고 잤다. 그다음 날 오전에 느지막이 일어나서 먹을 식사가 필요했다. 집에 누군가가 놀러 오는 자체가 처음이라서, 더욱 예쁘고 맛있는 음식을 해주고 싶었다. 만들기 쉬우면서도 대접해줄 수 있는 요리, 브런치가 딱이었다. 


내가 만든 브런치


리코타 치즈 샐러드, 토스트, 계란 프라이, 소지지, 베이컨, 베이크드 빈까지 다양한 구성으로 만들었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만 푸짐하게 만드니까 더 좋았다. 아이스커피를 타서, 친구와 맛있게 먹었다.


사람의 취향에 따라서는 브런치를 사 먹거나 즐기는 모습을 겉멋처럼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내게 브런치는 기분전환을 하게 해주는 음식이다. 일주일 동안 아침 일찍 바쁘게 시작하고, 정신없이 하루를 마무리하는 일상을 보낸다. 그러다가 주말에 늦은 아침 혹은 이른 점심으로 브런치를 먹을 때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확실하게 휴식을 누리는 느낌이다. 내가 주말을 온전히 즐기는 방법 중 하나이기도 하다. 집에서 브런치를 먹을 때는 간단하게 토스트와 스크램블 에그나 빵과 삶은 계란 조합으로 먹는다. 


주말에만 즐기는 특별한 게 아니라, 매일 아침 브런치를 즐길 수 있는 삶을 사는 것은 어떤 걸까? 분위기 있는 브런치 카페에서, 한껏 예쁘게 플레이팅 한 브런치를 먹어본 사람들은 한 번쯤은 그런 삶을 상상해보지 않을까? 나의 매일이 이처럼 평화롭고 여유롭기를 바라면서. 브런치를 먹으며 잠시라도 그런 삶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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