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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inaland Apr 29. 2024

달리는 사람들의 축제

달리는 사람들의 축제가 끝났다. 오늘 열린 2024 서울하프마라톤은 상반기에 신청한 마지막 마라톤이었다. 야외에서 러닝이 가능한 시간은 짧디 짧다. 기온이 올라갈수록 달리기의 즐거움은 괴로움으로 바뀔 것이다. 이쯤에서 자체 시즌오프하는 것이 아름다운 마무리일 수 있다.


사실 마라톤에 참여하는 과정이 마냥 즐겁기만 하지는 않다. 대회를 신청한 이후로 일상의 많은 순간을 달리기에 강제적으로 양보하게 되니깐 말이다. 대회에서 달릴 수 있는 몸 상태로 만들기 위해서는 혼자 달리는 시간이 필요하다. 주기적으로 달리며 러닝 마일리지를 쌓는 것이다. 장거리 훈련을 앞둔 날이면 전날 과음을 하는 것도 부담스럽다. 자연스럽게 저녁 모임도 덜 잡게 되고, 연차 일정도 마라톤에 맞추게 된다.


근데 이게 맞나? 나는 운동선수가 아니고 그저 달리기를 좋아하는 사람일 뿐이다. 마라톤 대회에서 완주하고 받아온 메달이 꽤 많이 쌓였음에도 여전히 기록은 형편없다. 2~3킬로만 달려도 여전히 얼굴이 터질 것처럼 열이 오르며 숨이 차다. 좀만 더 빨리 달려볼까 마음먹어도 다리는 무겁기만 하다. 늦게 달리기를 시작한 친구들이 훌쩍 더 빠른 기록을 낼 정도로 여전히 느리게 천천히 뛴다.


개인 기록 달성이 목표인 것도 아닌데 이제 그만 신청할까 하다가도, 마라톤 준비로 채워지는 일정이 부담스럽다가도 계속해서 마라톤을 신청한다. 텅 빈 도로 위를 가득 채운 사람들과 달리는 마라톤의 맛은 확실히 혼자 달리는 맛과 다르다. 마음 내키는 때, 달리고 싶은 만큼만 자유롭게 뛰는 뜀박질과 같은 나의 달리기는 언제나 혼자였지만, 마라톤 현장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곁에 있다.


마라톤 대회에서의 뜀박질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달리는 사람들과 일종의 리듬을 형성한다. 터널을 지나거나, 오르막이나 내리막을 함께 달릴 때 도로의 수많은 러너들은 하나의 유기체가 된다. 각자의 보폭이 모여 물결치듯 앞으로 또 앞으로 나아간다. 그 상태로 계속 달리다 보면 내가 어떤 흐름에 올라탄 것이 분명하다는 생각이 들 때는 더 이상 멈출 수 없다. 나만의 고독한 뛰밤질이 우리의 달리기가 되는 순간이다.


아아, 이게 바로 달리는 사람들의 축제구나! 한바탕 달려 나가고서 우리 모두는 이제 또 각자의 자리에 돌아갈 것이다. 그리고 함께 달렸던 적이 있냐는 듯 혼자 또 다음 마라톤을 기약하며 준비할 것이다. 함께 뛰는 그 순간, 흐름에서 벗어나지 않고 나아갈 수 있도록 최소한의 몸과 마음의 준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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