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은 셀프
나에게는 병이 있다. "괜찮아요." " 할 수 있어요." "해볼게요." 이런 말들을 습관적으로 내뱉고 진짜 괜찮다고 착각하는 병이다.
나는 할 수 없는 사람 일지도 모른다. 괜찮지 않을지도 모르고, 할 수 없다. 이런 명백한 사실들은 오랜 시간 동안 문장으로 묶어내는 게 힘들었다. 말 그대로 할 수 없는 내가 글이 쓰인 자리에 못 박힐 것 같았다. 이제야 쓸 수 있는 이유는, 나는 뭐든지 괜찮고,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벽에 부딪혔다.
늘 무리한 일들을 진행하고, 해내면서 성장하는 느낌을 받았는데, 이번만큼은.. 내 역량 밖의 일이다. 와중에 욕심은 또 많아서 이거 하고, 저거 하고, 말 그대로 하루가 48시간이어야 할 판이다.
나는 늘 너무 힘들다. 이런 사실을 잊고 살아간다면 괜찮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람들은.. 나 같은 사람을 내버려 두지 못한다.
"힘들겠다."
"할 수 있어요?"
"힘들면 말해요."
"어려운 건 없고요?"
"쉬는 날은 없는 거예요?"
아.. 너무 다정한 사람들... 그들의 다정함이.. 나에게는 너무 힘들다.
네, 힘들어요. 할 수 있어요. 해보겠습니다. 괜찮아요, 감사합니다. 네, 없어요. 하하
아주 오래전부터 나를 가장 힘들게 하는 건 나라는 걸 알고 있었다. 내가 너무 빨리 걸어서 힘든 거고, 내가 원하는 게 많아서 힘든 거지. 알면서도 빨리 걸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나를 내던져버리고 마는 힘든 사람. 나라도 나처럼 사는 사람이 있으면 그렇게 말하겠다. "괜찮아요?"
다정한 사람들의 말을 들으면.. 내가 힘든지,괜찮은지, 생각하게 되는데 그러면 필연적으로 내가 힘들다는 걸 깨달아 버린다.
스스로의 상태를 점검하고 돌아보는 일이 중요하다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그런 것들이, 그 다정한 말들이 내가 해야 할 것들을 못하게 만든다. 마음이 약해지고, 힘들다고 말하고는 눈물이 핑 돌아서 도저히 돌아올 수가 없다. 그래서 괜찮다고 말해버리고 생각하지 않으려고 한다.
사람들의 다정함을 온전히 흡수하지 못하는 내가 참 아쉽다. 그래도 어쩌겠어.. 나에게는 시간이 필요하다.언젠가는 그렇게 될 수 있겠지, 안되면 어쩔 수 없구...
아이고 나란 사람은.. 스스로의 세상을 자진해서 지옥으로 만드는구나. 나는 이 쓰레기통이 어느 정도 포근하다. 따뜻한 쓰레기통.. 안락한 지옥.. 구원은 바라지 않습니다. 정말 원하게 되는 날이 온다면, 셀프로 어떻게든 해보겠지요. 셀프 구원해보려 해도, 아마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고 가끔씩 지옥에 손을 뻗어주는 사람들, 멋진 이야기들, 조그마한 세상의 경이로움들이 나를 살아가게 하니까, 그것에 감사합니다.
이게 일기에 순기능인 걸까요, 쓰다 보니 기분이 조금 나아지네요. 나를 살아가게 하는 이야기를 만드는 수많은 작가들, 나와 공감하는 독자들, 세상의 멋진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들에게 감사하다. 나의 안부를 물어주는 다정한 사람들에게 감사함과 약간의 투정을 부리고 싶다.
당신들, 그만 다정해줬으면 좋겠습니다. 미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