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쓰고 싶은 글들

언제나 소설들.

by 해구

나는 소설을 쓴다. 이걸 매번 브런치 글을 작성할 때마다 알려야 하나 싶지만, 그래도 이 글로 나를 알게 되는 분들을 위해서라도 외쳐야 할 것 같다. 네, 저 소설을 씁니다. 꽤나 진심으로 씁니다! 그래서 얼마 전에 과제 삼아 작성했던 내가 쓰고 싶은 글 리스트를 올린다.






#물건을 닮은 사람들


다들 바나나 같은 사람 한두 명쯤은 알고 있는 줄 알았다. 어릴 때부터 어느 정도 사람을 알게 되면 그 사람을 닮은 물건을 떠올릴 수 있었다. 그건 아주 오래된 습관 같은 거라서 이제는 물건만 봐도 사람 한두 명쯤은 상상할 수 있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다 뭐다 하는 말이 있는데, 그래서인지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물건들은 전부 사람을 닮아있다. 내 주변에도 은수저를 닮은 친구와 충전기를 닮은 친구가 있다. 다들 처음에는 의아해하다가도 내가 조금만 설명하면 깔깔거리면서 동의한다. 그런 특별한 사람들이 모두의 곁에 있을 수는 없지만, 충전기나 은수저는 누구나 알고 있고, 곁에 둘 수 있다는 점이 참 좋다.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는 재미있고, 은은하게 위로가 되는 구석이 있어서 다른 사람들한테도 알려주고 싶다.



#기계


기계만큼 글쓰기에 재미있는 소재도 없는 것 같다. 전자레인지, 로봇청소기, 스마트폰 같은 것들은 분명 사람은 아닌데, 사람들이 늘 주변에 두고 있고, 쉽게 상상할 수 있다. 필요에 따서 손발을 달 수도 있고, 필요한 만큼 사람과 소통하거나 감정을 나눌 수도 있다. 사람들은 사람을 닮은 로봇에 사람만큼 쉽게 이입하고 공감한다. 분명 사람과 다른 무언가 인데도 이해할 수 있다면 같은 사람들끼리 이해하는 건 당연한 일인 것처럼 느껴진다. 나는 기계의 아름다운 구조과 특유의 타당함을 사랑하는 만큼 기계를 사람과 엮어서 좋은 것들을 쓰고 싶다.




#지구를 떠나는 사람들


공식적으로 논의하는 것조차 허락받지 못한 이야기들은 지구 밖까지 밀려나는 것 같다.

내팽개쳐진 이야기들은 예고 없이 나를 찌른다. 꽤 아플 때도 있고, 간지럽지도 않을 때도 있지만 그 이야기들은 좀 더 나를 찌르고 사람들을 긁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형체가 없는 생각과 이야기들은 쉽게 흐려지지만 그런 이야기를 가진 사람들이 지구를 떠나면, 그 빈자리라도 응시해주지 않을까? 좀 더 자주 건드리고 찌를 수 있는 선명함을 갖게 하고 싶어서 그런 이야기를 가진 사람들을 계속 계속 지구 밖으로 보내는 이야기를 쓰고 싶다. 그리고 그들이 지구 밖에서는 당연한 것들이 당연하고, 옳은 게 옳은 삶을 사는 풍경을 내가 그리고 싶다.




#잃어버린 사람들


세상에는 뭔가를 잃어버린 사람들뿐인 것 같다. 늘 무언가를 찾고 있다. 할 일을 찾고, 의미를 찾고, 행복을 찾고, 100명의 사람들은 100가지의 다른 것들을 찾고 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그들의 잃어버린 것보다 찾으려는 행위가 멋지다고 생각했다. 잃어버린 게 뭔지도 모르니까 그게 어떤 의미인지도 모를 텐데 애쓰는 모습 자체가 인생이구나 싶었다. 나는 언뜻 멍청해 보이기도 하는 일들이 좋아서 다른 사람들도 그 멋짐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외계인


외계인이라는 게 다른 계의 인간인데, 그렇다면 지구의 우리 모두는 서로가 서로에게 외계인이나 다름없지 않나? 하는 생각을 시작으로 멋대로 쓰고 있다. 외계인은 참 멋지다.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데다, 만나본 사람이 없을 테니(아마도) 내가 어떤 말을 가져다 붙여도 썩 당황스럽지 않게 해 준다.


"내 친구 중에 목덜미에서 새싹이 자라는 애가 있는데, 얼마 전에 그 싹에서 꽃이 피었어. 그 꽃에서 생선 비린내가 나."


여기까지 하면 무슨 판타지 같은 거짓말이지 싶다가도


"그런데 걔가 외계인이야."


라고 하면 순간 '어?' 하면서도 '그렇군.' 하게 되는 점이 외계인의 멋진 부분이다.


어떻게 이야기해도 납득하게 되는 외계인에게 이것저것 기대하게 된다. 사람보다 다정할지도 몰라. 극악무도하지만 지렁이 같은 방식으로 악할 수도 있지. 지구인을 어떻게 생각할까? 조금 창피한데. 이런 의식의 흐름 가운데에 외계인이 있으면 여러 가지 재미있는 상상을 ‘그렇군.’ 정도로 쓸 수 있어서 늘 외계인을 쓰고 있고, 쓰고 싶다.




나는 다작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머릿속에 터질 것 같은 이야기가 세상 사람들에게 닿을 날이 있을지 상상하곤 한다. 어떤 날들은 이 글을 쓰는 행위가 목적이고 읽히든, 읽히지 않든 상관없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역시 이야기들이 생명력을 가지고 오래도록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가는 것들을 보면 나의 묵은 이야기들이 불쌍하다. 언젠가 준비가 되고, 기꺼이 읽힐 수 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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