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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영 Feb 15. 2017

갈매기와 바다


새는 낮게 바다 위를 날았고, 사선(斜線)으로 기울어진 몸은 좀처럼 육지로 향하지 않았다.


갈매기의 방향성은 태어났을 때부터 바다를 향했다. 때로는 강 하구나 내륙의 호수, 축축한 늪지에 머물기도 했으나 그의 근원은 보다 깊고 차가운 바다였고, 바다에 있을 때 가장 ‘그’다웠다. 동시에 그는 바다의 가장자리를 구성하는 해변, 그리고 붐비거나 황량한 부둣가, 커다란 방파제, 혹은 공판장, 혹은 사람들이 버리고 간 고철더미에서 삶을 만들어나갔다. 끊임없이 가장자리를 맴도는 그의 삶에 대해 진지하게 고찰하는 이는 드물었다. 다들 스쳐 지나가거나 공장에서 기계적으로 찍어 나오는 한 줌의 과자 부스러기로 한때의 유희를 사기도 했다. 그렇게 사람의 근처에 사는 대가로 사람들에게 길들여진 갈매기는 항구로 돌아오는 고기잡이배에 가장 먼저 달려들었고, 출항하는 어선 위를 한참이나 맴돌았다. 버려지는 것들과 차가운 경멸을 동시에 쪼아대며 또 하루를 연명했다. 그의 높이는 종종 먹이를 움켜쥘 수 있는 낮은 높이에 머물곤 했다.


그렇게 ‘그’는 우리를 닮았다. 높은 이상을 머리 위에 두었으나, 시선은 땅바닥을 보며 걸어야 했던 우리들의 누추함을 가장 닮았다. 그래서 자주 고개를 돌렸음을 고백한다. 낡고 낮고 닳아버린 우리들의 삶을.

 


검푸른 파도가 밤새도록 밀려와서 부서진 바다는 짙푸르고 깊고 어두웠다. 저물기 시작한 겨울 햇살은 이제 곧 불안한 침묵 속으로 침몰해갈 것이다.


몸뚱이보다도 긴 날개를 가진 것은 당신만이 아니다. 틈새마다 가득 찬 흰 뼈 같은 슬픔들이 홍수처럼 범람했을 그때도, 내 슬픔들은 나보다도 길고 커다랬다. 나는 놓쳐버린 것과 놓아야 할 것들, 결코 놓을 수 없는 것들의 모호한 경계선 안에서, 경계선 밖에서, 서성거리기만 했다. 당신과 내가 서로 다른 곳에서 계절의 끝을 닮은 시간들을 통과하는 동안, 나는 곧잘 혼자서 바닷가에 가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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