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푸른 노트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원영 Feb 17. 2017

오래된 기억 하나


그때 가을에서 겨울을 지나, 그리고 다시 봄에 이르기까지, 사랑을 노래하는 음유시인은 변함없는 그대,를 이야기한다. 하지만, 시인이 노래하는 계절을 견뎌내는 변함없는 감정이란 게, 내게는 낯설다.

참으로 조악한 일이지 않는가,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 버리는 시간을 바라보며, 사랑에도 유통기한이 있다는 걸 깨닫게 되는 것은. 때로, 사람의 감정이란 얼마나 쉽사리 변하는 것인지. 불어오는 바람에도, 흩날리는 벚꽃 속에서도, 쉬이 변할 수 있는 것이, 얇은 종잇장처럼 쉽게, 쉽게, 흔들리는 것이 사람이지.


흔들리며 흔들리며,
내가 그렇게 간다, 네가 그렇게 간다.


사람도, 사랑도, 시간도.
내 미열이 네게 닿지 않듯이,
차가운 유리창에 서늘한 이마를 대고, 
아무리 되뇌어도 닿지 않는,
너와 나의 거리.


수없이 많은 계절이 지나,
이제는 기억도 닿지 않는,
너와 나의 거리.

안녕, 안녕, 안녕,
너와 함께 보냈던 푸른 밤들,
너로 인해 꾸었던 푸른 꿈들.


때로는 달콤하고,
그보다는 슬픔이 더 길었던 시간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 갈매기와 바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