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년
언젠가,
삶에도 DEL 키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그러나 삶의 무게란 누구에게나 공평한 법이라,
그렇게 쉽게 물러서거나 나약해지면 안 되는 거야.
다시 아침이 오고,
다시 하루의 일과들이 시작되고,
다시 발걸음들은 분주해지며,
다시 계절들은 옮겨가기 시작하지.
연둣빛이었던 잎들이,
어느새 초록이 되어가는 그 순간을,
우리가 알지 못해도,
그러나, 또한 우리는 알지.
가슴속에 귀 기울여보면 알지.
아직은,
삶에 대한 믿음을 놓지 않고 있다고,
저 웃음과 손 내밂과 위로와 사랑을,
가난하여 더 빛나는 소망과 감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