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60대 남자 이야기(17)
아들은 어렸을 때부터 정말 똑똑했다.
똑똑한 아들을 가진 것만으로 주변의 부러움을 샀고 이는 나의 행복이 되었다.
그러다가 딸이 태어났고 딸이 태어났을 때 내 남편은 다니던 대기업에서 나오게 되었다.
청천벽력 같은 일이었지만 불행인지 다행인지 남편은 곧 중소기업의 다른 일자리를 찾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런 일을 겪은 후에도 남편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남편은 나에게는 물론 아들에게도 맘에 안 드는 일이 있으면 소리를 질렀다.
아들이 어렸을 때는 이러한 억압이 어느 정도는 먹히는 듯 했으나
아들이 중학생이 되자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당시 사춘기였던 아들은 불합리한 아버지의 억압에는 절대 굴하지 않았고
그럴수록 아들과 남편의 관계는 멀어졌다.
나는 학창시절 내내 둘 사이를 중재했고
덕분에 둘 사이의 관계가 파국으로 가는 것은 막을 수 있었다.
결국 아들은 고등학교를 거쳐 좋은 대학에 가게 되었고 이 역시 주변의 부러움을 샀다.
아들이 대학에 가자 남편은 더 이상 아들을 무분별하게 억압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