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60대 남자 이야기(15)
이제 나에게 남은 건 아무것도 없었다.
나에겐 집도, 돈도, 직장도 없었고 희망도 없었다.
그렇게 우애가 좋은 것으로 보였던 내 친가 식구들은 이제 남보다도 못한 사이가 되어버렸고
내 아내와 아들, 딸은 나에게 불신의 시선만을 보냈다.
감사하게도 아내는 나를 버리지 않았다.
우리 가족은 처가에 잠시나마 몸을 의탁하였고
아내는 60이 다 돼가는 나이에 최저시급을 받으며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나는 평생을 내가 사무직이라는 것에 자부심을 가져왔다.
이제 사무직에서는 나를 더 이상 써주지 않는다는 것을 누구보다 내가 잘 알았지만
그렇다고 내 평생의 자부심을 버릴 수는 없었다.
나는 직장을 안 찾아보냐는 가족들의 말에 "이 나이에 뭘 하겠어."라는 말로 일축하고
집을 나섰다.
갈 곳도, 돈도 없었다.
문득 아내의 생각이 궁금했지만 물어볼 용기는 없었다.
앞으로 살아갈 길이 막막했다.